금융위원회는 7월 15일 제13차 회의를 열고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4개 회사와 이들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감사업무 제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확정된 것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가장 큰 규모의 제재를 받은 ㈜영풍에는 회사와 전·현직 임원을 합쳐 총 204억 7,41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영풍은 울산 제련소 주변 토양 및 지하수 오염과 관련한 정화 의무가 명확함에도 충당부채(미래에 지출할 비용을 미리 회계에 반영하는 것)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거나 과소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련소 주변 오염 토양 정화와 관련해 2021~2022년에는 충당부채를 아예 인식하지 않았고, 2023~2024년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정화 방식을 적용해 약 520억 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누락했다. 또한 제련소 건축물 하부와 주변 임야, 지하수 정화와 관련한 충당부채도 빠뜨리거나 과소 계상했으며, 조업정지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 평가 과정에서도 자의적인 추정치를 사용해 손상차손을 부풀리거나 줄인 혐의를 받았다.
영풍을 감사한 대주회계법인과 대주회계법인 소속 감사인(개인)에게도 각각 10억 6,800만 원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등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대주회계법인은 영풍의 토양정화 충당부채 누락과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소 계상 사실을 감사의견에 반영하지 않아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대주회계법인은 영풍에 대한 감사업무가 3년간 제한되고, 소속 감사인은 1~4년간 영풍 등에 대한 감사가 금지되며 직무정지 건의와 직무연수 명령을 받았다.
고려아연㈜에는 회사와 대표이사, 담당임원에게 총 84억 2,81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고려아연은 투자자산 평가손실과 손상차손(자산 가치가 떨어진 부분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을 과소 계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2년 약 212억 원, 2023년 약 1,393억 원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반영하지 않았고, 해외 종속회사 영업권 손상(약 1,636~1,898억 원)도 적시에 인식하지 않았다. 또한 특수관계자 거래를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됐으며, 종속회사 전환사채 관련 자료를 감사인에게 제공하지 않아 외부감사를 방해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고려아연에는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면직) 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한결엘에스는 재고자산을 허위로 계상하고 평가손실을 과소 계상한 혐의로 회사와 전·현직 임원에게 총 2억 85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제품의 물량과 단가를 부풀리거나 중량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2022년 약 61억 원, 2023년 약 148억 원의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했고, 재고자산 평가 시 순실현가능가치를 과다 산정해 평가손실(약 32억 원)을 실제보다 적게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결엘에스는 감사인 지정 2년, 전 담당임원 해임(면직) 권고와 함께 회사와 전 대표이사, 전 담당임원이 검찰에 통보됐다.
명가유업㈜은 계열사 간 자금 거래를 매출과 매입으로 가장하거나, 제3자에게 매출을 인식한 뒤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15억 원 규모의 매출과 매입을 허위로 계상했다. 이에 회사와 대표이사, 전 담당임원에게 합계 3억 1,39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감사인 지정 3년과 함께 대표이사 해임(면직) 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전 담당임원 해임(면직) 권고 상당의 조치가 결정됐다.
명가유업을 감사한 소낭공인회계사감사반(제97호), 정명회계법인, 현도공인회계사감사반(제425호) 등 3개 감사인에게도 각각 2,700만 원, 3,600만 원, 1억 2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 감사인은 허위 매출·매입에 대한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해 위반 사실을 감사의견에 반영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명가유업에 대한 감사 업무가 1~2년간 제한되고, 일부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명령도 받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회계투명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분식회계와 감사 소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과징금 부과 외에 감사인 지정 등 추가 조치는 이미 지난 6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