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회계 투명성을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칼을 빼들었다. 7월 15일 열린 제13차 금융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을 어기고 재무제표를 조작한 ㈜영풍, 고려아연㈜, ㈜한결엘에스, 명가유업㈜ 등 네 개 기업과 이들의 외부감사를 소홀히 한 감사인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예비 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적발된 위반 규모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영풍과 고려아연은 대규모 분식회계로 인해 기업과 임원에게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감사인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가장 큰 제재를 받은 곳은 ㈜영풍이다. 이 회사는 제련소 주변 토양과 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충당부채를 대규모로 과소 계상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에서 누락된 금액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 또한 제련소 자산 손상 평가 과정에서도 추정치를 자의적으로 조작하는 등 고의성이 의심되는 위반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회사에는 약 204억 원, 전·현직 대표이사 등 4명에게는 총 약 1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 역시 감사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10억 6800만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으며, 3년간 영풍에 대한 감사 업무가 제한된다.
고려아연은 투자자산과 해외 종속회사 영업권의 손실을 고의로 축소 기록한 혐의로 적발됐다. 2022년과 2023년 연결 기준 각각 212억 원, 1392억 원에 달하는 투자자산 평가손실을 과소 계상했고,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주석에 빠뜨리거나 외부감사를 방해한 정황도 확인됐다. 회사에는 약 84억 원, 대표이사 등 2명에게는 약 7억 63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아울러 3년간 감사인 지정 조치와 함께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가 내려졌다.
중소기업인 ㈜한결엘에스는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제품 물량과 단가를 과대 계상하거나 중량을 조작해 재고 수불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회사에 약 2억 원, 전직 대표이사 등 2명에게 약 41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검찰 통보 조치도 함께 이뤄져 형사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다.
명가유업은 계열사와의 자금 거래를 매출·매입으로 위장하거나, 제3자를 통해 자금을 돌린 뒤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린 혐의다. 2017년부터 무려 8년간 지속된 이 같은 회계 조작으로 회사에는 약 3억 원, 대표이사 등에게 약 32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회사를 감사한 소낭공인회계사감사반, 정명회계법인, 현도공인회계사감사반 등 세 감사인도 각각 감사 절차 소홀 책임을 물어 과징금과 업무 제한 조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회계 질서를 바로잡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우 위반 규모가 크고 고의성이 짙어 엄중한 제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상장기업의 재무제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 감리와 수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기업 위주의 제재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회계 부실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