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6일부터 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9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 총회에서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초안'이 중간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코덱스는 식품의 국제 교역 촉진과 소비자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1962년 공동 설립한 위원회로, 현재 189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1년 가입했다.
코덱스 세계 규격 제정은 총 8단계로 진행된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8월 세계 규격 제정을 강력히 제안해 같은 해 11월 총회에서 승인받았고, 이후 회원국 의견 수렴(2~3월)과 분과위 심의(4~5월)를 거쳐 이번 총회에서 초안이 규격안으로 통과됐다. 앞으로 회원국 의견 수렴과 이견 조정을 거친 뒤 분과위와 총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국제 기준으로 등재된다.
그동안 김 제품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식품 규격이 없어 국가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입국마다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 왔다. 코덱스 세계 규격은 식품 분야의 유일한 국제 규격으로, 국제 교역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된다. 규격이 마련되면 수입국의 비관세장벽이 줄어들어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2030년 연간 18억 달러라는 김 수출 목표 달성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 제품 규격안의 주요 내용은 제품 유형, 다른 해조류 혼입 허용 비율, 품질 기준, 식품 첨가물, 포장 및 표시 방법 등이다. 제품 유형은 마른김, 구운김, 조미김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해조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특성을 반영해 파래, 감태, 매생이 등 다른 해조류의 혼입을 허용한다. 품질 기준으로는 수분 함량과 산가(산도)가 포함되며, 식품 첨가물과 포장·표시 방법도 규정된다. 이 내용은 남은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적인 김 소비와 교역 증가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0년 김 제품 규격화를 처음 제안했고, 2017년에는 아시아 지역 규격 채택이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한 사례로는 인삼 제품과 고추장이 있다. 인삼 제품은 2009년 지역 규격 채택 후 2010년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시작해 2015년에 세계 규격이 제정됐다. 고추장은 2009년 지역 규격 채택, 2017년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추진해 2020년에 세계 규격이 제정됐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총회에서 통과된 김 제품 규격안에 대한 분과위 심의에 앞서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회원국 의견 수렴과 설득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 제품 세계 규격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수산식품 중 우리나라가 주도해 제정하는 최초의 세계 규격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최대 김 수출국으로서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 제품 세계 규격 중간 심의 통과는 우리나라가 최대 김 수출국으로서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마련한 결과”라며 “지난 6월 발표한 「김 수출 공급망 혁신방안」에서 밝혔듯이 안정적인 김 공급망 구축과 수급 조절, 산업 고도화로 국민들이 부담 없이 김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김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덱스는 FAO와 WHO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 식품 규격 기구로,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위생검역 협정 등에서 코덱스 기준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코덱스 조직은 총회, 집행이사회, 사무국, 그리고 여러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분과위원회는 일반 과제와 식품별로 나뉘며, 우리나라도 가공과채류분과 의장국을 맡는 등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김 제품 규격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범위는 Pyropia 속과 Porphyra 속으로 만든 마른김, 구운김, 조미김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필수 성분으로는 기본 원료인 김과 선택성 원료(기본 원료 중량 60% 이상에 기타 식용 해조류 추가 가능)가 포함된다. 주요 품질 요소로는 고유의 향미와 색깔을 유지해야 하며, 수분 함량은 마른김 7~14%, 구운김 5%, 조미김 5~10%로 규정된다. 산가의 경우 튀김 또는 유처리 조미김은 3.0 mg KOH/g 이하로 제한된다. 식품 첨가물은 마른김과 구운김은 불허되며, 조미김에 한해 일부 물질이 허용된다. 오염물질과 위생, 분석법은 코덱스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 중량 및 측정은 그램(g) 또는 킬로그램(kg)이나 매수로 표시하며, 내용량 미충족 시 결함으로 간주한다. 표시는 제품 유형에 따른 명칭을 사용하고, 선택성 원료를 사용한 경우 원료 목록에 기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