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과 교제폭력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범행 초기부터 가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았다.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는 지난 4월부터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대검찰청, 경찰청이 참여해 마련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28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현장 대응의 허점과 법·제도 미비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 669건 중 140건(20.9%)은 여성 폭력이 선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제폭력 신고는 10만5327건, 스토킹 신고는 4만4687건에 달했지만 구속률은 각각 2.5%, 3.1%에 그쳐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법·제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우선 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제'를 도입한다. 현행법은 경찰이 신청하고 검사가 청구해야만 법원의 잠정조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경찰이나 검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직접 90일 이내에 법원에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내년 4월 시행된다.
또 교제폭력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을 마련해 가해자 처벌과 함께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제폭력은 현재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주로 부분적으로만 처벌 가능해 규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법무부는 성평등가족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올해 하반기 중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토킹 잠정조치 기간도 현행 최장 9개월에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제재가 약화됐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관련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기관 간 협업을 통한 선제적 대응도 강화된다. 전자장치 부착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 시 법무부와 경찰이 정보를 연계해 피해자를 공동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다음 달 6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며, 경보 발생 시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동시에 출동한다.
법무부 위치추적시스템과 경찰청 112시스템을 실시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전자장치 경보가 발생하면 상황요원이 문자로 접수해 출동 지령을 내리기까지 수분이 소요되지만, 새 시스템이 구축되면 경보가 곧바로 112 상황실에 전달돼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지도상에서 확인하며 출동할 수 있다. 시스템 개발은 올해 12월 완료 예정이다.
전자장치와 스마트워치 연동도 추진된다. 경찰이 고위험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에 전자장치 부착 가해자의 접근 정보를 전송해 피해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법무부는 기능 개발을 마쳤으며, 기기 성능 개선 후 적용할 예정이다.
검찰은 스토킹 잠정조치 청구 시 참고할 '체크리스트'를 제작해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교제폭력·살인 사건 80건을 분석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신호를 추출한 것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교제 여부, 지속적인 갈등 상황, 폭력성향, 집착성향, 생명 위협 언급 등이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경찰은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 위험도 분류체계를 도입해 가해자 격리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 고위험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 전자장치 부착, 유치를 동시에 신청하고, 피해자에게는 민간경호나 스마트워치, 지능형 CCTV 등 안전조치를 제공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격리조치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구속 88.5%, 유치 183.8%, 전자장치 859.7% 증가했다.
피해자 지원 측면에서는 전국 261개 경찰서와 189개 가정폭력상담소 간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고위험(A등급) 피해자는 경찰이 집중 모니터링하고, 중위험(B등급) 피해자는 상담소가 심리상담과 위험성 발견을 중심으로 관리한다. 이 체계는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또 정부는 교제폭력과 스토킹의 고위험 징후 10가지를 담은 대응 가이드 '레드플래그'를 마련해 대국민 홍보에 나선다. 10가지 징후는 폭력성향, 집착·강압 통제, 갈등 심화, 생명 위협, 범죄전력, 보호조치 위반, 피해자 비난, 음주·약물, 높은 불안, 고립 상황이다. 이 가이드는 온·오프라인으로 홍보되며, 상담(1366) 및 신고(112) 활성화도 함께 추진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친밀관계폭력 사망사건에 대한 사례분석 제도를 도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범 분석 및 실행체계 연구는 이달부터 시작되며,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관계성 범죄의 초기 대응을 강화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스토킹과 교제폭력은 단순한 다툼이 아닌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법·제도 개선과 현장 대응 체계 강화를 통해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