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개월간 물가 불안을 조장한 탈세자들을 집중 단속한 결과, 114개 업체에서 총 3,195억 원을 추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는 고물가로 인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악용해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소득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독과점 업체, 담합 행위자, 가공식품 및 농축수산물 생필품 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등 총 117개 업체였으며, 이 중 114개 업체에 대한 조사가 종결됐다.
추징세액 상위 10개 업체의 세액 합계는 2,480억 원으로 전체 추징액의 약 78%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 업체에서 1,809억 원, 외환 부당유출 및 할당관세 관련 업체에서 585억 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359억 원, 가공식품 및 농축수산물 업체에서 204억 원, 예식 및 장례 업체에서 140억 원, 담합 관련 업체에서 98억 원이 각각 추징됐다. 또한 33건의 범칙처분(13건 고발)이 이뤄졌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한 종합식품 제조업체는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한 뒤, 유통업체에 접대성 판매장려금 200억 원을 물류비로 변칙 처리하고 특수관계법인에 약 150억 원의 이익을 분여한 사실이 적발돼 약 200억 원을 추징당했다.
또 다른 식품 제조업체는 주요 원재료의 국제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호황을 누렸다. 조사 결과 거래처가 부담해야 할 파견직원 인건비 약 300억 원과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 매입한 원재료비 약 10억 원을 부당하게 비용 처리한 사실이 확인돼 약 90억 원을 추징했다.
식음료 제조업체 중에는 물량상한을 우회해 할당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퇴직 직원 명의의 도관업체를 내세워 원재료를 수입하면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업체는 관련 매입세액 공제금액 70여억 원을 추징당했으며, 관계자들은 조세범칙행위로 고발 및 통고처분을 받았다.
공공기관 입찰담합에 가담했던 한 업체는 불법적으로 지출한 담합 수수료 수억 원과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아닌 비전담 연구원 인건비 약 80억 원을 공제 대상으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돼 약 40억 원을 추징당했다.
서민 물가 부담을 가중시킨 사례로는 대형 F&B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실질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린 경우가 있다. 이 업체는 원재료 매입 과정에 특수관계법인을 끼워넣어 고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여하고, 홍보비 20여억 원을 대납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법인소득 약 700억 원을 탈루한 사실이 확인돼 약 200억 원을 추징당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수입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인상했지만, 조사 결과 사주 일가에 가공급여 등으로 20억 원가량을 유출하고 사주 자녀가 부동산 및 주식 취득자금 약 40억 원을 지원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약 40억 원을 추징했다.
생필품 제조업체는 제품 가격을 수십% 인상해 폭리를 취하면서도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지 않고 거짓 세금계산서 10여억 원을 수취하는 등 법인소득 30억 원가량을 탈루해 약 20억 원을 추징당했다.
유명 상조업체는 기존과 유사한 상품을 신규 출시하고 기존 상품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조사 결과 공동경비를 초과 부담해 계열사에 약 30억 원을 부당 지원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주 자녀와 가사도우미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10여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돼 약 50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물가 안정이 민생의 최우선이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며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탈세자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독과점 업종, 담합 행위가 빈번한 업종, 민생 밀접 업종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경제 여건을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면서 세금을 탈루한 업체는 즉시 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조사 집행 시에는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검증하고,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적발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단호히 처벌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반칙과 특권, 불공정 행위로부터 민생 경제를 보호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