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7월 10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서울 중구)에서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지원 사업'에 선정된 9개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재생에너지 추가 연계형 배전망 ESS 사업으로, 호남과 제주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지역의 전력계통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호남·제주 지역의 변전소와 배전선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새로 건설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전력계통에 접속하지 못하고 대기하거나, 이미 연계된 발전소조차 출력을 줄여야 하는 출력제어를 겪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 7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 후, 2026~2030년 예산(국비 5,586억 원)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ESS 기반 대안을 마련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배전망을 새로 증설하지 않고도 배전선로에 직접 ESS를 설치해 전력 수용력을 높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배전선로 1곳당 ESS 4MW(20MWh)를 설치하면, 접속대기 중인 태양광 5.7MW를 추가로 전력계통에 조기 접속할 수 있다.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면 ESS가 전력을 저장해 배전망 부담을 줄이고, 전력 수요가 높거나 계통에 여유가 생기는 시간대에 저장된 전력을 방전해 기존 배전망의 수용 여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약 700MW의 ESS를 보급해 재생에너지 1GW를 추가 접속할 계획이다. 배전망 증설 없이 ESS를 완충장치로 활용하면 신규 선로 건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 주민 수용성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호남과 제주 등 재생에너지 접속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ESS를 적극 구축해 지역 전력계통의 여유를 확보하고, 연간 1,350GWh(일평균 3.7GWh)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를 추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매일 약 5만 가구가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사업은 재생에너지의 분산된 자원을 집합자원화하는 통합발전소(VPP)라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발전소가 ESS를 통해 재생에너지 자원을 모아 통합 제어함으로써 전력계통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국내 ESS 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고 한국형 배터리(K-배터리)의 해외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 공모에는 총 14개 통합발전소 사업자가 82개 배전선로를 신청했으며, 최종 9개 사업자(VPP랩, LG에너지솔루션, 한전KDN, SK이터닉스, HD현대일렉트릭, 그리드위즈,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현대건설)가 선정됐다. 이들은 총 32개 배전선로에 ESS 128MW(640MWh)를 구축해 접속대기 중인 태양광 182.4MW를 추가 접속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에서는 삼원계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주로 선정됐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차기 공모(8월 예정)부터 장주기·장수명·화재안전성 등에서 강점을 가진 차세대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본격 유도할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는 다양한 실증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 지역에 우선 적용하고, 육지 지역의 가점 제도를 보완해 장주기 배터리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차기 공모는 육지 약 50개, 제주 7개 배전선로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약 20개 내외 선로가 선정될 예정이다.
또한 차기 공모 시 산업·경제 기여도 및 고용창출 효과 등을 종합 평가해 ESS를 통한 분산형 전력망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선정된 9개 통합발전소 사업자와 기후에너지환경부·유관기관 간 업무협약을 통해 사업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발전소 사업자들은 향후 20년간 배전망 ESS 구축을 통해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집합자원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저장장치 운전을 최적화해 전력망 운영의 유연성을 높여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사업은 꽉 막힌 배전망의 접속 문제를 직접 해결해 재생에너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배전망 ESS 사업을 시작으로 ESS와 재생에너지 융합 체계를 구축해 전력계통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 주력전원 시대를 조속히 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