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싸고 맛없다는 오명을 써온 고속도로 휴게소를 국민 중심의 쉼터로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7월 9일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불합리한 구조를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휴게소 음식값이 높았던 이유는 ‘한국도로공사-중간 운영업체-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때문이었다. 중간 운영업체가 매출의 33%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면서 입점업체는 높은 임대료를 음식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도로만족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9%가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고 답할 정도로 불만이 컸다. 특히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道成會)’가 자회사를 통해 길게는 40년간 휴게소를 독점 운영하며 이익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불합리한 고리를 끊기 위해 전문 공공관리회사를 설립해 입점업체와 직접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전환한다. 공공관리회사는 2027년 초 설립될 예정이며, 그 전까지는 한국도로공사가 임시로 시행한다. 우선 입점업체의 평균 임대료를 매출액 대비 33%에서 8~9%로 대폭 낮춘다. 관리비를 감안하더라도 기존 수수료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드는 수준이다. 낮아진 임대료가 양질의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어지도록, 입찰 기준도 개선해 음식 맛과 서비스를 보장하면서 부담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외부심사위원회 평가를 거쳐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업체 평가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용객이 많은 휴게소 중심으로 청년 매장을 운영해 창업 인큐베이팅도 지원한다. 휴게소 부지 내 태양광 발전 등으로 얻는 부가 수익은 냉난방·공기질 개선 등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된다.
개편 후 달라지는 휴게소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언제 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 밤 10시면 문을 닫던 편의점이 24시간 운영으로 바뀌고, 편의점 내 도시락·김밥·컵라면 등 간편식과 쾌적한 조리·취식 공간이 제공된다. 편의점 1+1 할인 이벤트와 통신사 포인트 적립·사용 등 일반 매장에서는 당연한 혜택도 휴게소에서 누릴 수 있게 된다. 둘째, 맛과 가격을 동시에 잡는다. 대표적으로 커피값이 크게 내려간다. 현재 평균 4800원인 아메리카노를 2000원 이하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게 된다. 기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입점하지 못했던 실속 커피 매장이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다. 셋째, 다시 찾고 싶은 휴게소로 만든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서비스에서 벗어나 전문 외식 브랜드나 지역 대표 맛집이 입점해 이용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뀐다.
개편된 휴게소는 올해 연내 전국 8곳에서 먼저 선보인다. 신설 휴게소인 합천호(상·하행), 월출산과 계약이 종료된 여주, 군위, 장유, 대천(상·하행) 등이다. 7월 입찰 공고를 내고 12월부터 임시 운영에 들어간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들 휴게소에 신규 방식의 임대료 체계와 서비스 기준을 우선 적용해 국민이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휴게소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철저히 혁파한다. 도로공사 현직자와 퇴직(3년 이내) 및 그 배우자·직계 가족은 휴게소 입점매장 입찰에서 배제한다. 퇴직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도성회와 그 자회사는 앞으로 휴게소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다. 현재 자회사 등을 통해 운영 중인 휴게소 6곳도 즉시 매각 공고(9월 30일까지)하도록 도성회 정관을 개정한다. 이미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에 따라 도성회 자회사의 입찰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며, 회원의 수익금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후속 조치를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관리회사 설립 방안도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조속히 확정하고, 내년 초 출범시킬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에 지친 국민이 편안히 쉬어가는 공간이어야 하나, 수십 년간 굳어진 불합리한 구조 탓에 비싼 가격과 아쉬운 서비스를 감내해야만 했다”며 “연내 개장하는 8개 휴게소를 시작으로 불합리한 구조는 과감히 혁파하고 오직 국민의 편익만 채워 휴게소를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