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본격 가동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2일부터 시행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에서 첫 번째 이용계약 4건이 체결됐다고 7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금전 관리가 어려운 65세 이상 어르신이 경제적 착취나 재산 오남용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국민연금공단이 공공신탁 방식으로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보호해주는 제도다. 65세 미만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포함된다.
7월 3일 기준 문의는 총 1,271건(545명), 신청은 118건, 심층 상담은 34건 진행됐으며, 4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또 14명은 계약 체결을 위한 후견인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5월과 비교하면 문의(197명→513명)와 신청(34건→109건)이 크게 늘어 사회적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 계약 사례: 독거 치매환자 김00씨
첫 번째 계약 사례의 주인공은 독거노인 치매환자 김00씨다. 김씨는 욕구 표현은 가능하지만 인지능력 저하로 주변인에게 금전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었다. 공공후견인이 연금공단에 재산관리서비스를 상담했고, 관할 치매안심센터가 연계했다.
연금공단은 후견인과 함께 김씨 자택을 방문해 재산 상황과 월 지출 내역을 꼼꼼히 검토했다. 보유 재산은 현금성 자산 약 2000만 원, 기초연금과 기초생활급여 등 정기 수입은 월 약 120만 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의 생활 욕구를 반영해 매월 월세 33만 원, 공과금 13만 원, 생활비 80만 원을 배분하는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했다.
후견인은 이 계획을 검토한 뒤 김씨를 지원인과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김씨는 정기적으로 월세와 공과금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게 됐고, 공공후견인은 소액 생활비만 관리하면 돼 부담이 크게 줄었다.
요양시설 입소 환자: 나00씨·도00씨 사례
치매환자 나00씨는 의사결정능력이 낮고 가족이 없어 스스로 재산 관리가 어려운 상태였다. 공공후견인이 재산 관리를 지원했지만, 국민연금 등 월 40만 원의 정기 수입을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며 쓰고 있었다. 치매안심센터는 후견인 활동 종료 후 재산 관리 공백과 사망 후 잔여재산 처리 문제를 우려해 연금공단에 서비스를 의뢰했다.
연금공단은 공공후견인과 심층 상담을 진행해 요양비로 월 10만 원 내외를 정기 지출하고, 남은 25만 원은 안전하게 저축·보관해 향후 수술비 등에 활용하도록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요양비는 공단이 요양시설에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재산은 연금공단이 안전하게 관리한다. 후견인은 요양시설 지출 부담과 사망 후 잔여재산 처리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도00씨도 요양시설 입소 환자로, 후견인이 대리인·지원인 역할을 하며 수술비를 대비한 비상금 저축이 가능해져 재산 안전망이 강화됐다.
유형별 상담 사례와 기대 효과
현재 상담이 진행 중인 사례는 본인 신청형, 가족 신청형, 유관기관 의뢰형(치매안심센터·요양시설) 등 4가지로 구분된다.
본인 신청형은 의사표시가 가능한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 치매 발생에 대비해 서비스를 희망하는 경우다. 상담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지출계획을 세울 수 있고, 치매가 발생해도 그 계획에 따라 재산이 관리된다.
가족 신청형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정기적 요양비 지출 등의 부담을 줄이고 자녀 간 재산 관리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신청한다. 재산 현황을 모든 가족이 확인할 수 있어 투명성이 높아진다.
유관기관 의뢰형은 치매안심센터가 공공후견 지원 대상자를 발굴해 의뢰하거나, 요양시설이 입소자의 재산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의뢰하는 경우다. 특히 무연고 노인이나 가족 지원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효과적이다.
계약 체결 이후 관리 체계
계약이 체결되면 연금공단은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요양비는 요양기관 계좌로 직접 지급하고, 용돈 등 자율지출 항목은 개인 계좌로 지급한다. 지원인은 월별 지출 내역을 제출해 관리한다. 수술비처럼 계획에 없지만 긴급·중요한 지출이 발생하면 후견인이 연금공단에 특별지출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고, 공단이 신속히 지급한다. 다만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이 의심되면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연금공단은 관리수탁자로서 반기별 1회 이상 대상자 상태를 정기 점검하고, 지출내역서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불시점검도 실시한다. 지원인 또는 대리인의 남용이 확인되면 변경할 수 있다.
사망 후 남은 재산은 상속인이 없는 경우 민법에 따른 상속인부존재 처리 절차를 거친다. 연금공단이 이해관계인으로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고, 약 1년 이상 공고 절차 등을 거쳐 상속권자가 없으면 잔여 재산은 국가로 귀속된다.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
보건복지부는 라디오, SNS 등 다양한 대국민 홍보와 치매안심센터 대상 설명회를 통해 사업을 알리고 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중앙치매센터와 협력해 치매안심센터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요양시설·복지관 등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단지, 카드뉴스 등을 추가 제작해 치매안심센터·요양시설 등에 배포하고, 계약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현장에 전파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운영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 상담·계약 절차와 유형별 지원 방식을 보완하고, 2028년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본사업 도입을 목표로 국회에 계류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첫 계약 사례는 치매 어르신들이 재산 상실 두려움 없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치매안심센터, 요양시설, 노인복지관 등 일선 현장에서도 재산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을 발견하면 국민연금공단으로 적극 연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