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해 재산 관리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 재산관리 서비스가 본격 가동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2일부터 시행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에서 지난 7월 3일 기준으로 이용계약 4건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국민연금공단이 계약에 따라 대상자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보호하는 공공신탁 기반의 재산관리 지원사업이다.
시범사업 시작 두 달여 만에 문의는 1,271건(545명), 신청은 118건, 심층 상담 34건이 접수됐다. 특히 5월 대비 6월 문의 건수(197명→513명)와 신청 건수(34건→109건)가 크게 늘어, 남에게 재산을 맡기는 데 신중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4명은 계약 체결을 위한 후견인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첫 계약 사례를 통해 서비스의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났다. 독거노인 치매환자 김모 씨는 인지능력 저하로 주변인의 금전 착취 우려가 있어 공공후견인이 국민연금공단에 상담을 요청했다. 공단은 후견인과 함께 김 씨의 자택을 방문해 재산 상황(현금성 자산 약 2,000만 원, 월 정기수입 약 120만 원)을 파악하고, 매월 월세 33만 원, 공과금 13만 원, 생활비 80만 원을 배분하는 맞춤형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했다. 이제 김 씨는 정기 납부금을 안정적으로 내고, 후견인은 소액 생활비만 관리하면 돼 부담이 크게 줄었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나모 씨와 도모 씨의 사례도 눈에 띈다. 의사결정능력이 낮고 가족이 없는 나 씨는 공공후견인이 재산을 관리해왔으나, 후견 활동 종료 후 재산 관리 공백이 우려됐다. 공단은 요양비 등 정기 지출을 직접 요양시설에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안전하게 저축·보관해 향후 수술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후견인의 요양시설 지출 부담이 사라지고, 사망 후 잔여재산 처리도 공단이 지원하게 됐다.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본인 신청형은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나 의사표시가 가능한 어르신이 치매 발생에 대비해 미리 자신의 뜻대로 재산이 관리되도록 신청하는 경우다. 둘째, 가족 신청형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정기적인 요양비 지출 부담을 줄이고, 자녀 간 재산 관리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신청한다. 셋째, 치매안심센터 의뢰형은 지역사회의 치매 거점기관이 재산관리 위험이 있는 어르신을 발굴해 연계한다. 넷째, 요양시설 의뢰형은 시설이 입소자의 통장 관리 부담을 덜고, 수술 등 비상 상황에 공단이 함께 대응하길 원할 때 신청한다.
이용 대상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로 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65세 미만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포함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서비스는 무료이며, 본사업 전환 후 이용료가 부과될 경우 이용자는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 상담부터 계약 체결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되며, 후견인이 없는 치매환자는 법원 심리를 거쳐 후견인을 선임하는 데 2~3개월이 추가로 필요하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민연금공단은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요양비는 요양기관 계좌로 직접 지급하고, 용돈 등 자율지출 항목은 개인 계좌로 지급하되 지원인이 월별 지출 내역을 제출해 관리한다. 긴급한 수술비 등 계획에 없는 지출이 필요한 경우 후견인이 특별지출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면 공단이 신속하게 처리한다. 다만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이 의심될 때는 공단 산하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공단은 관리수탁자로서 반기별 1회 이상 대상자의 상태를 정기 점검하고, 지출 내역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불시점검도 실시한다. 지원인이나 대리인의 남용이 확인되면 즉시 변경할 수 있다. 대상자가 사망한 후 남은 재산은 상속인이 있는 경우 법적 상속인에게 지급되며, 상속인이 없는 경우 민법에 따른 상속인부존재 처리 절차(약 1년 이상 공고 등)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보건복지부는 라디오, SNS, 전단지, 카드뉴스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을 활용해 사업을 알리고 있으며, 치매안심센터와 요양시설 등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범사업 운영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 상담·계약 절차와 유형별 지원 방식을 보완하고, 2028년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국회에 계류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첫 계약 사례는 치매 어르신들이 재산 상실 두려움 없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현장에 있는 치매안심센터,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 등 일선 현장에서도 재산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을 발견하면 국민연금공단으로 적극 연계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