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 농장, 도축장, 사료 제조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ASF 전(全) 주기 방역 관리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1월부터 3월 사이 경기, 강원, 경북 등 기존 발생 지역뿐 아니라 충남, 전북, 전남, 경남에서도 신규 발생이 확인되는 등 전국 7개 시·도에서 총 24건의 ASF가 발생했다. 2019년 9월 국내 첫 발생 이후 현재까지 양돈농장에서 누적 79건이 보고된 가운데, 올해는 한시적으로 집중 발생한 상황이다. 정부의 선제적 방역 조치에 힘입어 3월 16일 이후 추가 발생은 없었으며, 4월 22일 전국 모든 ASF 방역지역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다만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는 등 위험도가 높은 경기·강원·경북·충남 등 22개 시·군은 '심각' 단계로 유지하며 중앙·지방 방역 상황실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올해 발생한 ASF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원인으로 ▲혈장단백 사료 원료 ▲불법 축산물 ▲야생멧돼지를 통한 오염원 유입 등이 지목됐다. 특히 올해 발생은 사료 원료, 불법 축산물, 사람 등 여러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 같은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 6개 분야에서 방역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첫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방역 관리와 교육을 강화한다. 외국인이 입국하면 농장주와 지자체에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통보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농장 근무 시작 전부터 차단 방역 교육을 받도록 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7개 언어로 교육 자료를 개발해 입국 전·후 방역 수칙과 농장 내 불법 수입 축산물 반입 금지 등을 중점 교육할 계획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고 누락을 방지한다.
둘째, 불법 축산물의 수입과 유통 관리를 강화한다. ASF 발생 국가를 중심으로 공항·항만 검역을 한층 강화하고, 위험 노선에는 X-ray 일제 검색과 탐지견을 투입해 검색률을 50% 이상으로 높인다. 적발 시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하며, 양돈농장 종사자(외국인 근로자 포함)가 불법 축산물을 농장 내로 반입·보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 외국 식료품 판매점 등을 대상으로 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현장 합동 단속을 연 2회에서 4회로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대한 연중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셋째, 농장 단계의 상시 예찰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에는 농장 내 돼지를 무작위로 뽑아 채혈하는 방식을 썼지만, 앞으로는 폐사체와 환경 검사 중심으로 전환한다. 다만 성장과 발육이 더뎌 정상 체중에 미달하는 '위축돈'에 대해서는 채혈 검사를 병행해 감염 농장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했다. 과거 일제 검사를 통해 폐사체와 환경 검사의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이를 상시 예찰 체계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또한 전국 민간 병성감정기관(22곳)에 농장에서 의뢰하는 돼지 시료에 대한 ASF 검사도 실시해 방역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넷째, 도축장 검사를 강화해 오염된 혈액 원료가 사료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한다. 전국 돼지 도축장 64곳을 대상으로 출하돼지에 대한 연중 ASF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사료 원료로 공급되는 돼지 혈액 탱크가 설치된 36곳의 도축장에 대해서는 매일 혈액 시료 검사를 실시한다. 도축장 내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계류장, 작업장 내·외부, 차량 등 환경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도 지속한다.
다섯째, 돼지 혈액 유래 사료의 제조 공정 개선 등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열처리 공정을 보완해 전염성 병원체를 완전히 불활성화하는 멸균·살균 표준 공정을 제도화한다. 돼지 혈액 유래 사료 원료의 입고부터 제품 출고까지 생산·출고 내역을 기록·보존하도록 해 이상 발생 시 신속한 추적·차단이 가능하게 한다. 민간 병성감정기관을 통해 출고 제품에 대한 ASF 검사 체계를 마련하고, 제조 시설과 작업장 전반의 위생 관리를 강화해 상시 점검한다.
여섯째,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 관리를 강화한다. 접경 지역 등 기존 발생 지역은 탐지견(16마리)과 전문 수색반(86명)을 투입해 포획과 수색을 강화하고, 개체 수를 줄이고 폐사체를 조기에 제거한다. 반면 울산, 고령 등 신규 발생 지역은 확산 차단을 목표로 GPS 포획 트랩을 600개 추가 배치해 포획 실효성을 높인다. 수렵인과 엽견에 대한 ASF 바이러스 환경 검사를 확대하고, 멧돼지 혈연 관계 분석, 수렵인 방역 관리 이행 실태 점검 등을 통해 추가 확산을 방지한다.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최근 ASF 발생은 사료 원료, 불법 축산물, 사람 등 다양한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외국인 근로자 입국 단계부터 농장·도축장·사료 제조까지 전 단계 방역 관리를 통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야생멧돼지 관리도 병행해 농장 유입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계 기관, 생산자 단체, 전문가 등과 긴밀히 협력해 현장 이행력을 높이고 주요 과제별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