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입찰 시장에서 벌어진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부산, 광주,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6개 지역 내 23개 민간 아파트 단지에서 실시된 23건의 통합경비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에스원과 ㈜에스텍시스템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7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통합경비용역이란 CCTV 통합관제, 출입통제시스템 등 기계경비와 인력 경비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경비 업무를 말한다. 이 입찰에 참여하려면 경비업법에 따라 일정한 경비 인력, 자본금, 시설, 장비 등 자격 요건을 갖춰 관할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담합의 배경에는 에스원의 시장 지배력과 에스텍시스템과의 특수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에스원은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분야에서 풍부한 수행 실적과 역량을 갖춘 사업자로, 이번 입찰 대상 아파트들에 대해 사전 영업 활동을 마친 상태였다. 제안서 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방 입찰의 특성상 참여 사업자 수가 적어 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나 유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에스원은 실질적인 경쟁 사업자가 아니었던 에스텍시스템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다.
에스텍시스템은 해당 지역에서 통합경비용역 수행 실적이 거의 없어 에스원의 진정한 경쟁자로 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에스텍시스템은 과거 에스원에서 분사된 회사로,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에스원의 요청을 쉽게 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회사는 총 23개 입찰에서 에스원의 낙찰을 전제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참여 여부를 사전에 결정했다. 특히 투찰 가격 합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정했다. 실행 과정에서 에스원 임직원은 에스텍시스템 임직원에게 연락해 입찰 참여를 요청했고, 일부 입찰에서는 투찰 가격이 포함된 산출 내역서를 직접 작성해 주기도 했다. 에스텍시스템 임직원은 이 요청대로 입찰에 참가했으며, 에스원이 대신 작성해준 산출 내역서의 금액 그대로 투찰했다. 담당 임직원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바뀌었지만 합의 내용은 일관되게 유지됐다.
이러한 담합이 실행된 결과, 에스원은 참여한 23건의 입찰 중 21건을 낙찰받거나 유찰 후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2건은 제3자가 낙찰받았다. 사실상 에스원이 해당 지역의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시장을 독점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 행위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한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에스원에는 6억4100만원, 에스텍시스템에는 3억3200만원 등 총 9억7300만원이 책정됐다.
이번 조치는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비가 직접 투입되는 통합경비용역 입찰 시장의 담합을 적발·제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아파트 관리비는 주민 부담으로 이뤄지는데, 담합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되면 용역비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유사한 담합 행위의 재발을 억제하고 아파트 관리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부당한 공동행위(입찰담합 등)에 대한 과징금 하한과 부과 기준을 대폭 상향한 만큼, 향후 유사한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더욱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담합을 통한 시장 질서 교란에 대해 더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제재는 아파트 관리비 부담을 줄이고 입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위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담합 행위가 적발될 경우 과거보다 무거운 처벌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용역 입찰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