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양국 간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총괄할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공식 출범시켰다. 재정경제부와 한미전략투자공사(KUIC)는 7월 2일 세종시 나성동에 위치한 KUIC 사옥에서 제1차 '한미전략투자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운영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시행된 '한미전략투자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위원장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았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4일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2,000억 달러의 대미투자와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투자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운영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미전략투자의 총괄 기획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둘째, 투자 추진 여부와 집행 규모 및 시점 등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셋째, 한미전략투자공사(KUIC)의 운영과 한미전략투자기금의 조성·관리 방안을 결정한다.
투자 의사결정 체계는 단계별로 정교하게 설계됐다. 대미투자의 경우 먼저 지난 6월 23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 사업관리위원회'(위원장 산업통상부 장관)가 후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전략적·법적 타당성을 검토·심의한다. 이후 운영위원회가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사업은 국회 보고(또는 동의)와 대미 협의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투자처를 선정하게 되며, 운영위원회가 다시 최종 투자 여부와 집행 금액 및 시점을 결정한다. KUIC는 이 결정에 따라 실제 투자를 집행한다.
조선협력투자는 민간 직접투자(FDI)와 선박금융지원(대출·보증)으로 구성된다. 민간 주도로 사업을 발굴한 뒤 사업관리위원회 심의, 운영위원회 의결(금융지원계획), 대미 협의 및 미국 투자위원회 승인, 운영위원회 재의결, 정책금융기관(KUIC,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집행 순으로 진행된다.
운영위원회는 정부위원, 공사측 위원, 민간위원을 포함해 총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정부위원은 위원장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부 장관, 산업통상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금융위원장, 그리고 안건별로 위원장이 지명하는 관계부처 장관들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으로는 금융·투자 또는 전략산업 분야 전문가 6명이 새롭게 위촉돼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위촉된 민간위원은 전 BC카드 신금융연구소 부사장 우상현, SK케미칼 사외이사 박태진, 연세대학교 교수 신진영, 두산에너빌리티 비상임고문 정순영, 김앤장 변호사 정영진, 대구대학교 교수 김양희 등이다.
첫 회의에서는 한미전략투자의 추진 경과와 현황, 향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위원들은 거버넌스의 신속한 안정화를 위해 관계부처와 KUIC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며,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한 사업관리위원회가 현재 검토 중인 대미투자 후보사업 현황과 검토 계획에 대한 보고와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됐다. 위원들은 사업관리위원회에 상업적 합리성을 철저히 검증하되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우리 기업들이 프로젝트 관리자(PM), 벤더, 공급업체로 가능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협력투자 금융지원 관계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참석해 KUIC와 합동으로 한미 조선협력투자 금융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운영위원회는 향후 필요시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 투자 동향을 공유하고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미전략투자의 의미와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행기가 하늘로 이륙하려면 반드시 맞바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처럼 국가와 기업도 불어오는 바람을 두려워해서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없다"며 "한미전략투자는 우리를 미국이라는 큰 세계 무대로 인도하는 초대장이자 도전장, 출사표"라고 평가했다.
구 부총리는 특히 한미전략투자의 3대 원칙으로 'T.O.P.'를 제시했다. 첫째 'Together'는 한미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투자를 의미한다. 둘째 'Opening'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여는 투자로, 반도체, AI, 에너지, 조선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셋째 'Productive'는 국민이 주인인 재원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알찬 투자로,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안보·외교·통상·공급망 이익, 전략산업 육성 등 전략적 가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 안정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법령상 연간 투자한도인 200억 달러 범위를 준수하고, 투자 집행은 사업 진척도에 따라 분할 추진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시 투자 규모와 시기를 한미 양국이 협의해 탄력 조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사업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상업적 합리성과 다양한 전략적 이익을 갖춘 개별 후보사업을 운영위원회에 상정해 나갈 것"이라며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될 대미투자의 전략적 방향성 및 투자 재원 관리·조성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획예산처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을 위한 예산을 적극 반영하는 등 한미전략투자가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왔다"며 "향후에도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원 KUIC 사장은 "신설된 공사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국가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임직원이 운영위원회를 필두로 거버넌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운영위원회 출범으로 한미전략투자 거버넌스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한미전략투자법이 6월 18일 시행됐고, 같은 날 KUIC가 설립됐으며, 6월 23일 사업관리위원회가 출범한 데 이어 이날 운영위원회가 공식 가동되면서 사업 발굴, 검토, 심의, 투자, 성과 관리의 전 과정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됐다. 앞으로 재정경제부와 KUIC는 관련 거버넌스를 신속히 정착시키고, 필요시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 투자 동향을 공유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