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공사 입찰 환경을 기술 중심으로 재편하고, 계약 분쟁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허장재경제부 제2차관은 7월 1일 '2026년 제2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공공사 낙찰제도 합리화 방안, 국가계약 분쟁사례를 통한 제도개선, 자체발주 기관 시정점검 결과 등 세 가지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먼저 공공공사 낙찰제도가 대폭 바뀐다.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공공사의 낙찰자 선정 방식이 현재의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간이형 종심제)'에서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전환된다. 적격심사제는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부터 계약이행 능력을 심사해 일정 점수를 넘으면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간이형 종심제는 중소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2020년 도입됐지만, 최근 견적대행사에 의존한 동일가격 투찰 현상이 심화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조달청 발주 기준 동일가격 투찰율은 2020년 0.90%에서 2024년 3.26%, 2025년 38.97%로 급등했고, 2026년 3월에는 68.96%에 달했다. 업체의 실제 역량을 변별하지 못해 시장이 왜곡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첫째, 가격평가 방식을 바꾼다. 기존에는 모든 입찰자의 평균 투찰가격인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줬지만, 앞으로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부터 평가한다. 덤핑입찰을 막기 위해 가격과 내역서를 함께 제출하는 내역 입찰은 유지하고,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되는 항목은 낙찰률 산정에서 제외한다.
둘째, 공사수행능력 평가를 강화한다. 공사 난이도에 따라 시공실적 평가 기준을 달리 적용해 업체의 경험과 역량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특히 현장에 배치되는 안전 기술자와 품질 기술자의 경력 평가를 의무화해 현장 중심의 시공 관리를 강화한다.
셋째, 입찰자격 사실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 100억 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사실조사를 100억~300억 원 구간까지 넓혀 부적격 업체의 낙찰을 사전에 차단한다. 사실조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는 이후 공공입찰에 참여할 때 입찰 보증금 납부를 의무화하는 등 지속 관리한다.
이번 개편안은 관계부처, 주요 발주기관,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으며,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발주기관별 세부지침 개정을 거쳐 2027년 1월부터 시행된다.
두 번째 안건은 국가계약 분쟁사례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이다. 국가계약분쟁조정제도는 2014년 도입 이후 청구 건수가 꾸준히 늘어 2026년에는 100건 이상이 예상된다. 정부는 그간 축적된 분쟁사례를 바탕으로 세 가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계약제도의 공백을 없앤다. 소프트웨어 계약에서 규격이나 과업 내용이 바뀌었을 때 계약금액 조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잦았다. 앞으로는 설계변경 범위에 '규격 및 과업내용 변경'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발주기관의 절차 준수 의무를 강화한다. 또한 물품구매계약에 설치공사가 포함된 경우 물량내역서 교부를 의무화해 설계변경 시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둘째, 권리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조달기업의 계약 이행 지체에 발주기관 책임도 있을 때 지체상금을 합리적 범위에서 감면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새로 만든다. 발주기관이 표준품셈보다 낮은 가격으로 단가를 산정한 경우 입찰 시 그 사유를 공개하도록 해 계약금액 관련 분쟁을 예방한다. 기술형 입찰처럼 난이도가 높은 공사는 입찰안내서 사전 공개설명회를 의무적으로 열어 참여기업 의견을 미리 반영한다.
셋째,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개선한다. 공공기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운영 중인 계약특례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3년 이상 장기 운용 중인 특례는 유지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신규 특례는 최대 6년(3년 적용 후 한 차례 연장)으로 제한하는 일몰제를 도입한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분할납품의 경우에도 대금 청구 시 5일 이내 지급을 명문화한다.
세 번째 안건은 자체발주 기관에 대한 시정점검 결과다. 정부는 작년 12월 개정된 전자조달법에 따라 수요기관의 자체 입찰을 점검했다. 2026년 5월 말 기준 총 30,017건의 입찰공고를 검토해 1,252건에 시정을 요구했으며, 이 중 1,207건(96.4%)이 수용됐다. 주요 위반 유형은 공고기간 미준수(649건, 51.8%)와 입찰참가자격 설정 위반(488건, 39.0%)이었다.
정부는 법정 공고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공고 등록이 제한되도록 나라장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입찰공고의 법령 위반 사항을 탐지하는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허 차관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공공공사 입찰 환경이 역량 중심의 공정하고 건강한 생태계로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계약분쟁 현장에서 제기된 불합리한 관행을 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점은 공공조달 참여자의 편의와 공정한 계약 환경 구축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