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아까시꿀과 밤꿀 위주의 양봉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밀원으로 기대되는 헛개나무꿀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한국한의학연구원(최장기 박사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국산 헛개나무꿀의 전립선 비대증 억제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국내 벌꿀 생산은 아까시꿀과 밤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채밀이 끝나는 6월 중순 이후에는 기후변화와 밀원 부족으로 양봉농가의 소득이 불안정해지는 구조다. 헛개나무는 아까시꿀과 밤꿀 채밀이 끝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약 23일간 꽃을 피우며, 헥타르당 301kg의 많은 꿀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마 시작 전까지 안정적인 채밀 기회를 제공하고 채밀구조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헛개나무는 그동안 '지구자'라 불리는 열매가 간 보호 효능으로 알려져 한약재나 숙취 해소 음료 소재로 쓰였다. 최근에는 꿀에 과당, 포도당 등 단당류와 미네랄, 칼륨, 유기산,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헛개나무꿀의 다양한 기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전립선 비대증 개선 효과에 주목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전립선 비대를 촉진하는 남성 호르몬(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립선 상피세포에 염증을 유도한 뒤 헛개나무꿀을 처리했다. 그 결과 염증 유발 단백질인 COX-2(고리형 산소화효소) 발현이 93%, iNOS(산화질소 합성효소) 발현이 64% 감소해 만성염증에 의한 세포 증식이 억제됐다. 또한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어 전립선 비대를 유발하는 '세포 섬유화 과정'의 표지인 N-카드헤린 발현이 90.6%, 비멘틴 발현이 70.2% 줄었다.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전립선 비대증을 유도한 쥐에 헛개나무꿀을 6주간 하루 600mg/kg씩 섭취시킨 결과, 전립선 무게가 19.3%, DHT 농도가 72.2%, 과도하게 증식했던 전립선 상피 두께가 60.7% 각각 감소했다.
연구진은 헛개나무꿀에 트리터페노이드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배당체, 황 함유 화합물 등 대사체 성분이 특히 많이 함유돼 있으며, 이 성분들이 항염증 작용과 면역 조절에 관여해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유효성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립선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학술지 'Food Frontiers'(IF 6.9)에도 게재돼 학술적 인정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은 헛개나무꿀이 식의약품 소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 제형·제품 개발과 임상 연구 등 추가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남 장흥에 조성된 밀원 단지와 연계해 헛개나무꿀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고품질 헛개나무꿀을 프리미엄 벌꿀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헛개나무꿀은 은은한 한약재향과 나무향이 어우러져 기호성과 약리적 효능을 함께 갖춘 꿀로 평가된다. 포도당 성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결정화 현상이 잘 일어나는데, 이는 천연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50대 이상 남성에서 유병률이 급증해, 50대 50%, 60대 60%, 70대 70%, 80대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 진료 환자 수는 2017년 약 119만 명에서 2021년 약 135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소변 줄기 약화, 빈뇨, 잔뇨감, 야간뇨 등이 있다.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등가 용량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60kg 성인 기준 하루 적정 섭취량은 약 2.9g으로 티스푼 한 스푼 정도다. 일반적으로 꿀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25~30g이 적절하다고 알려져 있다. 꿀은 설탕보다 혈당지수(GI)가 낮아(꿀 55, 설탕 68) 당뇨 환자나 비만인 사람도 하루 30g 정도는 무리가 없지만, 당뇨 환자는 주의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편 헛개나무는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등) 고유 자생종으로, 일본에서는 '켄포나시'라 불리며 소량 생산되어 프리미엄 꿀로 유통된다. 중국은 헛개나무 열매를 한방에서 사용하는 만큼 재배단지가 많아 헛개나무꿀도 생산되지만, 높은 관세 장벽으로 국내 수입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성제훈 원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양봉산업의 채밀구조를 다변화해 다양한 벌꿀 소비를 촉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밀원 발굴과 효능을 입증해 농가 소득을 다각화하고 지역과 연계해 지역 기반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림청, 기상청과 함께 '기상이변 대응 새로운 밀원수종 개발로 꿀벌 보호 및 생태계 보전 다부처 공동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며, 헛개나무도 이 사업의 하나로 발굴된 밀원수다.
전남 장흥은 2004년부터 헛개나무를 식재해 재배면적을 200헥타르(전국 재배면적의 37%)까지 확대했다. 과거에는 한약재인 '지구자'를 활용한 숙취 해소 산업이 활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음주 문화 변화로 산업이 위축됐다. 이에 따라 헛개나무꿀 생산을 통해 밀원 단지 연계 모형을 구축하면 임업 농가와 양봉 농가가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는 국립농업과학원 주관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헛개나무꿀의 전립선 건강 개선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기존 한약재 위주였던 헛개 활용도를 확장해 기능성 식품 소재 등으로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최종적으로 이러한 소재 개발이 국내 양봉 농가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