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PLUS People “돌봄의 본질은 사후 처리가 아니라 감지”
<이재현 제로웹 대표>
“기술은 바뀌었지만, 저희가 12년 동안 붙잡아온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사람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쓸 것인가였죠.”
지역 소상공인 모바일 웹 플랫폼으로 출발한 제로웹은 지금 원격 돌봄 솔루션 ‘케어벨(Carebell)’을 통해 시니어 케어와 보험, 공공 복지 영역을 잇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겉으로는 과감한 피봇처럼 보이지만, 이재현 대표는 이를 “기술 흐름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설명한다.
제로웹의 시작은 2012년이다. 모바일 웹조차 생소하던 시절, 소상공인 시장에서 전국 111만개 이상의 모바일 웹을 제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를 “웹 제작 기술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설득한 경험”으로 정의하는데, 이 경험은 훗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돌보는 기술로 이어졌다.
제로웹은 오프라인 공간의 행동을 데이터로 만들기 위해 실내 위치 측위 기술 ‘리얼스텝(RealStep)’을 개발했고, 이는 케어벨의 실내 활동 감지 센서 기술로 발전했다. 스마트시티 실증사업을 통해 독거노인 고독사와 돌봄 공백 문제를 확인하면서, 회사의 방향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데이터’로 명확해졌다.
케어벨의 초기 목표는 고독사 예방과 안전 확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움직임 감지는 한계가 분명했다. 보호자와 지자체가 원하는 것은 사고 이후의 알림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예측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케어벨은 비지도 머신러닝 기반 행동 분석 AI로 고도화됐다. 개인별 생활 패턴을 학습해 정상 범위를 정의하고, 이를 벗어나는 경우만 이상 징후로 판단한다. 오알림은 줄이고, 미세한 변화는 놓치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음성 기반 AI 케어콜이 결합됐다. 통화 내용을 분석해 감정 상태와 발화 속도, 호흡 패턴 변화 등을 파악하고, 우울·고립·인지 저하 가능성까지 탐지한다. 다만 케어벨의 판단은 AI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주기적으로 ‘케어콜 매니저’가 직접 개입해 어르신과 소통하며 정서 상태까지 함께 살핀다.
이 대표는 케어벨의 결정적 차별점으로 ‘AI와 사람의 이중 필터링 구조’를 꼽는다. 딥러닝 기반 분석 위에 숙련된 케어콜 매니저의 판단을 더해 오탐지율을 최소화하고, 이상 징후가 확인될 경우 물리적 대응(출동)과 정서적 대응(심리 케어)을 동시에 제공한다. 기술적 알림에만 의존하는 기존 돌봄 서비스와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웨어러블 기기나 CCTV 방식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착용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센서를 활용해 시니어의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했고, 이를 통해 높은 사용 참여율을 유지하면서도 관제와 출동까지 이어지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케어벨의 설계는 개별 기능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축적된 라이프로그 데이터는 홈 헬스케어, 재택 의료, 치매 예방 등 고위험군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복지·의료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다.
“기술 판단의 기준은 항상 하나였습니다. 이 기술이 시니어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실제로 높이는가입니다.”
2023년 부산시 스마트빌리지 실증사업에서는 250가구를 대상으로 평균 15분 이내의 긴급 대응과 95.5점의 서비스 만족도를 기록했다. 케어벨 2.0에서는 재난 경보와 관제 시스템을 연동해 재난 대응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보험사는 위험 인수와 보상 설계에는 강하지만, IoT 기반의 일상 모니터링과 24시간 관제에는 한계가 있다. 케어벨은 센서 설치부터 데이터 수집, AI 분석, 관제 인력 운영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실제 실증 사업에서 9천 건 이상의 이상 징후 중 99.6%는 출동 이전에 안전 확인으로 종결됐다.
케어벨이 축적하는 라이프로그 데이터는 보험이 그동안 활용하지 못했던 영역이다. 연령이나 병력 같은 정적인 정보가 아니라, 활동량·수면·외출 빈도 등 일상의 동적 데이터다. 이는 언더라이팅과 손해율 관리, 장기 간병 리스크 예측뿐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개입에도 활용될 수 있다.
“AI는 감지하고, 사람은 이해합니다. 돌봄은 기술과 신뢰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이재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보험과 돌봄의 공통점은 신뢰입니다. 그 신뢰를 만드는 핵심이 이제는 ‘일상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