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수수료 공개… 중국 사례가 던지는 경고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처리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결이 유예된 가운데, 중국 보험시장의 최근 경험이 중요한 비교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이른바 '보행합일(報行合一, 신고·판매 일치 원칙)' 제도를 통해 보험 판매 과정에서의 수수료와 비용 집행을 강하게 규제해 왔다. 이 제도는 단순한 비용 투명화를 넘어 보험설계사 생태계 자체를 급격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행합일'은 보험사가 감독당국에 신고한 판매수수료와 실제 판매 과정에서 집행하는 수수료 및 각종 부대 비용을 반드시 일치시키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는 신고된 수수료 수준과 달리, 계약 성립 수당이나 정보 제공 수당 등 각종 명목의 추가 지급을 통해 채널 비용을 높이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감독당국은 이러한 구조가 보험사의 비용 구조를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비용차손과 재무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신고와 집행의 불일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이 제도는 2018년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먼저 적용됐지만, 2023년 이후에는 생명·건강보험의 은행판매 채널, 최근에는 개인대리인과 보험중개 채널까지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신고한 수수료 외에 '계약 성립 수당'이나 '정보 제공 수당' 등 부가 비용을 지급하는 행위가 사실상 전면 금지되면서 비용 집행에 대한 통제가 한층 엄격해졌다. 제도 취지만 놓고 보면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억제하고 판매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보험설계사 조직에 미친 파급 효과다. 중국 보험설계사 수는 2019년 약 900만명 수준에서 2023년 이후 공식 공시 기준으로 감소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2024년 말 기준 설계사 수는 260만명 안팎까지 줄었고, 중국 보험업계에서는 2025년 현재 실제 영업 인력이 200만명으로 25% 수준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급감은 단순한 포스트코로나 영향이나 디지털 전환, 경기 둔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행합일' 시행 이후 수수료를 통한 교차 보상이나 신인 설계사에 대한 초기 정착 지원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생산성이 낮거나 경력이 짧은 설계사들은 시장에 남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보험사와 GA 입장에서는 제한된 수수료 한도 내에서 상위 판매자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됐고, 그 결과 중·하위 설계사와 신규 인력은 빠르게 시장에서 이탈했다.
중국 정부는 보행합일 시행 이후 설계사 1인당 생산성, 유지율, 민원 지표 등이 개선됐다며 정책의 실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학계에서는 "하위 구성원이 급감하면서 평균값이 자연스럽게 상승한 결과에 가깝다"며 "이를 제도의 본질적 성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행합일이 일부 설계사의 과도한 소비 문화와 불충분한 상품 설명, 보험 불신으로 이어진 민원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은 제한된 비용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판매가 쉬운 소수 상품과 채널에 집중하게 됐고, 상품 다양성과 장기적 혁신 여력은 약화됐다는 평가다.
비록 우리나라는 판매수수료를 절대 금액이 아닌 5단계 비교공시 방식으로 공개하는 등 중국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 측면에서는 유사한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은 소비자 선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권장 수수료 수준'이 기준처럼 작동하면서 판매 전략과 상품 설계가 그 범위 안으로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행합일'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수수료 공시 역시 단기적으로는 설계사 1인당 생산성이나 유지율, 민원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설계사 수 급감과 판매 채널 축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맹목적으로 우리나라는 다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