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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논단] 풀려고 하면 더 꼬이는 실손보험의 매듭

 한보논단  풀려고 하면 더 꼬이는 실손보험의 매듭

한보논단 풀려고 하면 더 꼬이는 실손보험의 매듭

그리스 신화에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8세기 무렵 소아시아 지역 프리지아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고르디우스는 신탁에 따라 왕이 된다. 그는 신들에게 봉헌을 맹세하고 제물로 신전에 자신이 아끼던 수레를 바쳤다. 그리고 누구도 수레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매듭을 엮어 수레의 가로대와 차축을 꽁꽁 묶었다. 그때 여사제가 나타나 “수레의 매듭을 푸는 사람이 세계를 지배하는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매듭을 풀려고 도전했으나 그 매듭은 풀려고 하면 더 꼬였다. 여기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고 한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업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과잉진료, 의료쇼핑, 손해율 악화, 보험료 인상 등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려들었으나 예나 제나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보험업계에는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가입자가 많아 미끼상품으로 유용하지만,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돼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평균 손해율은 119.3%에 이른다. 어찌된 것이 1세대 113.2%, 2세대 114.5%, 3세대 137.9%, 4세대 147.9% 등 최신책일수록 손해율은 더 악화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는 적자를 본다. 실손의료보험은 2020년대 들어 손해율이 100%를 초과하면서 2022년 1조5000억원, 2023년 1조9700억원, 2024년 2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재명 정부도 후보 시절부터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놓고 5세대 실손의료보험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급여의 본인부담과 비급여 등 실제 지출한 의료비용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이 가운데 비급여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기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면 의료 기술 발달에 힘입어 금세 새로운 대상이 솟아나기에, 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 개편 때마다 비급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놓곤 했다. 이를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비급여관리정책협의회를 열고 비급여 항목 중 남용 우려가 큰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을 최종 ‘관리급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의료계는 선정된 ‘관리급여’가 본인부담률 95% 구조인데도 명칭만 ‘급여’로 분류해 사실상 비급여 통제 장치로 의료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보장은 의료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가운데 10대 비급여 관련 금액이 3조9000억원으로 30.1%를 차지했다. 도수·체외충격파 등 물리치료가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비급여 주사제(6525억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 8일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공·사보험 상생 방안’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도수치료 등)과 비급여 주사제 등 치료적 필수성이 낮은 항목들의 비중이 높고, 무릎 줄기세포 등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치료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40.6%를 차지했다. 이와같은 구조로 말미암아 필수 의료는 갈수록 약화되고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많은 정형외과와 통증클리닉 등 비중증 관련 의료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보장은 병원마다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도수치료의 경우 병원 간 격차가 6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간 연계가 미흡해 청구 정보가 불일치하거나 이중 지급되는 경우도 많아, 이로 인한 민원과 분쟁도 빈번하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잘라버리면서 풀렸다.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문제는 기존의 관념이나 방식에서 벗어나 획기적이고 과감한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 관리급여 대상을 점점 확대하거나 단순히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규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풍선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내용과 범위뿐만 아니라 존폐 여부까지 검토해보는 등 쾌도난마식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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