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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젊어서 괜찮다’는 오해, 자궁경부암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젊어서 괜찮다’는 오해, 자궁경부암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젊어서 괜찮다’는 오해,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인과 암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발병률이 높다. 자궁경부암이 다른 암과 비교해 독특한 점은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과, 검진을 통해 충분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정기 검진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증상을 가볍게 넘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젊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대부분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특히 HPV 16번과 18번은 전 세계 자궁경부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위험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HPV는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성 경험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노출될 수 있다. 물론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면역 기능이 바이러스를 자연적으로 제거한다. 다만 고위험 유형의 HPV가 오래 남아 지속적으로 자궁경부를 자극하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이 변화가 계속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자궁경부암의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없는데, 이는 많은 여성이 진단을 늦게 받는 원인 중 하나다. 암이 진행되면 질 분비물 증가, 냄새를 동반한 분비물 변화, 성관계 후 출혈, 생리 사이에 일어나는 출혈, 폐경 이후의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골반 통증이나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암이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 퍼지면서 신경을 자극할 때 생기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컨디션 문제’, ‘염증’ 등으로 오해하기 쉬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관계 후 출혈은 많은 여성이 일시적 현상으로 넘기지만, 자궁경부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신호다.

자궁경부암 진단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자궁경부 세포검사, 즉 검진에서 흔히 말하는 ‘자궁암 검사’다. 작은 솔이나 스패출러로 자궁경부의 표면 세포를 긁어 채취해 이상이 있는지 판독하는데, 이 검사는 세포의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발견할 수 있어 암의 전 단계인 이형성증(CIN 1, 2, 3)도 미리 알 수 있다. 세포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콜포스코피(자궁경부 확대검사)를 시행한다. 자궁경부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의심 부위를 찾고, 필요하면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암이 의심되거나 이미 발견된 경우 CT, MRI, PET-CT 검사로 암의 범위를 평가해 병기를 결정한다.

치료는 암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전암 단계(CIN 1~3)에서는 레이저, 원추절제술, 고주파 절제술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비정상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에서 발견하면 자궁을 보존할 수 있고 임신 능력도 유지되기 때문에 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암이 자궁경부에만 국한된 비교적 초기 단계(1기)라면 수술이 주요 치료법이 되며, 광범위 자궁적출술을 통해 자궁과 주변 조직, 골반 림프절을 함께 제거하는 방식이 쓰인다. 최근에는 복강경 또는 로봇수술을 통해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많이 도입되고 있다.

암이 이미 자궁경부를 벗어나 주변 조직으로 퍼졌거나(2기 이상), 크기가 큰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가 기본이 된다. 외부에서 조사하는 방사선 치료와 자궁 내부에 방사선을 삽입하는 근접치료가 함께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는 암을 잘 억제하지만 난소 기능이 손상돼 폐경이 앞당겨질 수 있고, 방광·직장 자극으로 인한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병합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는데,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제가 함께 사용되면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진행된 단계나 재발한 자궁경부암에서는 항암 치료가 위기 관리의 축이 된다. 여러 항암제가 사용되지만 치료 효과는 개인별로 차이가 크고 부작용도 적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환자에게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 향후 치료 선택지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의료인이 일상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성관계 후 출혈이나 생리 주기와 무관한 출혈은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출혈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일 수 있다. 둘째, 흡연은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흡연은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HPV가 자궁경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화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금연하는 것이 좋다. 셋째,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성 경험 이전에 맞으면 예방 효과가 가장 크지만, 이미 성 경험이 있더라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 넷째, 정기적인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필수다. 무증상 단계에서 발견하면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고, 생식 능력도 보존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충분히 예방과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이다. 검진과 백신이라는 명확한 도구가 있고, 위험 신호 또한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작은 출혈, 평소와 다른 분비물 변화, 반복되는 골반 불편감 등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이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고 적절한 시기에 진료를 받는다면 자궁경부암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일상 속에서 조금만 더 자신을 살피는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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