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서남권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앰코 등 주요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정부의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부, 재경부, 과기부, 국토부, 기후부 장관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기업 관계자, 지역 대학 및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보고회는 기업별 투자 계획 발표,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 입지 지원 방안, 그리고 투자협약식 순으로 진행됐다.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총 896조원에 달한다. SK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기가와트) 규모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호남 지역에 투자해 반도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 센터 등을 세운다.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 앰코는 1조원을 들여 광주에 첨단 패키징 팹 공장을 증설한다. 이들 투자가 완료되면 서남권은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했다. 핵심은 맞춤형 인프라 구축과 투자 여건 조성이다. 먼저 반도체 팹 건설에 필요한 용수, 전력, 부지, 인력을 ‘SWEST’라는 이름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물(Water)은 댐과 하수 재이용수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력(Electricity)은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신속히 확충한다. 부지(Site)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5년 이내로 단축한다. 인력(Talent)은 ‘Arm 스쿨’과 남부권 반도체 공대 등을 통해 첨단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또한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반도체특별법에 따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산업부에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을 운영한다. 지원단은 인프라 지원 방안과 세부 투자 이행 계획을 신속히 수립해 위원회에 보고하고,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총력 지원한다.
투자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법’에 따라 서남권에 최소 1개 이상의 메가특구를 지정해 기업이 겪는 각종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준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은 정부가 최대 100% 지원하고, 기업과 근로자에게는 지역별 차등 세제를 도입해 기업은 투자하기 편하고 인력은 지방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기업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7월 1일 공식 출범하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에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에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자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며, 교통·주거·교육·여가 등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정부는 서남권의 우수한 입지 여건을 활용해 ‘기업형첨단도시’ 선도모델도 조성한다. 이는 대규모 양산, 기술 실증, 연구 기능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다. 기업의 투자 계획에 맞춰 원하는 시점과 모습으로 신속히 조성하며, 필요하면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부지 조성과 건축 공사를 연계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기간을 단축한다.
기업형첨단도시에는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지원 임대전용 부지를 제공하는 등 맞춤형 입지가 공급된다.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 광주 도심융합특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과 연계해 산학연 혁신허브를 조성하고, 연구와 창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여건을 마련한다. 또한 호남 고속철도·고속도로, 무안국제공항 등 간선 교통망과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대중교통 서비스를 지원해 접근성을 높인다.
보고회 후에는 투자협약식이 열렸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앰코와 산업·재경·과기·국토·기후 등 5개 부처가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기업은 서남권에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를 추진하고, 각 부처는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소관 업무를 적극 수행한다. 산업부는 육성 정책과 생태계 구축을, 국토부는 산업단지와 정주·교통 인프라를, 기후부는 전력과 용수 공급을 각각 담당한다.
정부는 “오늘 발표된 896조원 규모의 투자는 서남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지도를 새로 쓰는 수준”이라며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이자 첨단산업의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투자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