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가옥에서도 부엌, 화장실, 욕실, 냉ㆍ난방 시설 등 생활 편의 시설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국가유산청은 전통 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민속문화유산 생활기본시설 설치기준'을 개정, 2026년 6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시는 2026년 6월 30일자 국가유산청고시 제2026-0071호로 일부개정됐다.
이 기준의 적용 대상은 부엌, 화장실, 욕실, 냉ㆍ난방 시설(창호 포함)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기본 시설이다. 이 시설들을 설치하거나 수리할 때는 먼저 국가유산청장의 설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을 받으면 국가지정문화유산 현상변경 허가도 함께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동 편의 보조시설, 빗물받이 및 물홈통, 방풍 설비처럼 비교적 간단한 공사는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
생활기본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예산 범위에서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어, 문화유산을 소유한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전통 가옥의 원형 보존이다. 문화유산이 지닌 고유한 구조와 기법, 양식 등 핵심 요소는 최대한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또 현재의 경관 구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변형된 부분은 고증을 통해 원형을 회복하도록 권장한다. 지역마다 다른 전통성도 살려 획일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족한 물 사용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증축이 필요할 때는 전통식, 절충식, 현대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즉 설치한 시설을 나중에 철거해도 원형에 손상이 없어야 한다.
실내 공간을 바꿀 때는 기존 방들을 합쳐 큰 방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바깥쪽으로 벽을 내어 방을 넓히는 증축은 금지된다. 화장실이나 욕실을 설치할 때는 집 고유의 공간 특성과 문화유산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처마선 안쪽 공간을 활용하거나 후면 쪽에 배치해야 한다. 물을 사용하는 공간은 본채와 분리된 별채로 따로 지을 수도 있다.
전통 구들(온돌) 구조는 원형을 보존하되 그 위에 온수보일러나 전기판넬을 덧설치할 수 있다. 이때는 내열성 재료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창호의 경우 현대식 재료인 샷시나 단열재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하고 목재 창호 안쪽에 설치해야 한다. 외부에 설치하는 수납함은 최소 크기로 만들어 전통 재료로 감싸고 주택 경관과 어울리게 해야 한다.
세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과 공간은 평면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내부 공간을 바꾸려면 방과 대청을 통합하거나 개방 공간을 막는 등 전통 공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칸막이 벽을 없앨 때도 구조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며, 집의 골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부엌은 전통 아궁이를 주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부득이 바닥을 높여야 한다면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시공해야 한다. 입식 조리대를 설치할 수 있지만 이때 가구는 가옥과 어울리는 형태와 색상을 골라야 한다.
화장실과 욕실은 되도록 평면 변형 없이 기존 내부 공간에 설치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처마선 안쪽 공간을 활용하거나 2칸(약 8㎡) 이내 규모로 별동을 지어 연결할 수 있다. 내부는 현대식 설비를 갖출 수 있지만 습기로 인해 목재가 썩지 않도록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물 사용 공간 설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별도 '물사용 공간 설치 지침'을 따라야 한다.
냉ㆍ난방 시설은 전통 구들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한다. 보일러실은 가능하면 실내에 두어 외부에서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에어컨 실외기나 가스통 같은 냉방 기기가 외부에 노출될 때는 나무, 대나무, 발 등 전통 재료로 가리개나 보관함을 만들어 가옥 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외부 시설은 여러 용도를 한 건물에 묶어 설치하는 것이 권장된다.
창호는 외부에 드러나는 것은 전통 형태와 재료를 쓰고, 기존 전통 창호는 변형할 수 없다. 단열이나 환기를 위해 이중창을 설치해야 한다면 안쪽에만 현대식 창호를 쓰고 목재와 비슷한 색상과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약자나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경사로, 난간, 손잡이 같은 이동 편의 보조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이때는 목재 등 한옥과 어울리고 철거가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지붕 처마가 짧아 빗물이 기둥이나 벽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인정을 받아 한시적으로 빗물받이와 물홈통을 설치할 수 있다. 설치는 기존 목재에 구멍을 뚫지 않고 감싸거나 끼우는 방식으로 해야 하며 철거 시 원상 복구가 가능해야 한다.
방풍 설비는 대청(누각형 건물은 제외) 전면에 한해 설치할 수 있다. 임시 시설물로 가역성이 있어야 하고 원형과 혼동되지 않도록 목재가 아닌 무광택 재료를 사용해 건물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번 고시는 발령일인 2026년 6월 30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국가유산청장은 202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마다 이 기준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 개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