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으로 도로가 생기면서 농지가 양쪽 끝으로 찢겨 남겨진 땅, 본래 목적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 국가가 반드시 매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발생한 잔여지 매수 민원을 처리하며, 면적 기준만으로 매수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표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국도 43호선과 21호선을 연결하는 ㄱ교차로를 처음 개설하면서, 민원인이 소유한 4,393㎡ 규모의 농지 중 3,327㎡를 도로 부지로 편입했다. 당시 남은 땅은 1,066㎡였지만, 정부는 면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수하지 않았다.
이후 약 16년이 지난 2025년, ㄱ교차로 확장 사업이 추진되면서 민원인의 농지 252㎡가 추가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남은 두 필지(179㎡, 635㎡) 중 179㎡는 매수했지만, 635㎡는 면적이 너무 넓다는 이유로 다시 매수를 거부했다.
민원인은 2009년 도로가 처음 생긴 이후 남은 두 필지의 토지가 논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16년간 방치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이 땅들은 도로 양쪽 끝에 떨어져 있고 모양도 삼각형 형태여서 기계영농이 불가능했고, 본래 목적인 논농사는커녕 제대로 된 활용조차 할 수 없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잔여지 판단 기준을 근거로 들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잔여지 매수는 면적이 330㎡ 이하여야 가능하고, 잔여지 비율이 25% 이하일 경우 495㎡까지 완화 적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민원인의 농지가 16년간 방치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객관적인 면적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권익위는 두 차례의 교차로 사업과 민원인의 영농 상황을 면밀히 조사한 후 다른 결론을 내렸다. 우선 공익사업에 편입되고 남은 잔여지는 두 필지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농지로 계산할 때 잔여지 비율이 18.5%에 불과해 농지 대부분이 공익사업에 편입된 점을 확인했다. 또한 토지의 위치가 양 끝으로 떨어져 있고 모양이 삼각형이며, 16년간 본래 목적인 논으로 사용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남은 잔여지를 매수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정당한 보상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국토교통부에 의견표명을 했고, 국토교통부도 기존 입장을 바꿔 민원 농지의 위치·모양과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해 잔여 농지 모두를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권익위 민성심 고충처리국장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매수와 관련해 잔여지 판단 기준이 헌법과 법률의 보상 원칙에 더욱 충실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별 고충민원을 더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 공익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상 원칙을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에서 면적 기준보다 토지의 실제 이용 상황과 공익사업의 영향이 더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