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제조업 현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정부는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대한민국 제조업 대전환의 길: 제조AI 2030 전략'을 공개했다. 이 전략은 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위기를 맞은 제조업을 AI 기술로 재도약시키기 위한 청사진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이 합동으로 20조원을 투자해 경제적 부가가치 100조원 이상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력 산업과 대·중소기업 간 가치사슬,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공의 현장 노하우라는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제조 역량에 AI를 결합해 대한민국 제조업을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은 지난 2월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의 후속 조치로,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제조TF 소속 민간 전문가 23명과 함께 약 6개월간 논의를 거쳐 도출했다. 특히 제조기업, AI 전문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위원들이 전략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해 현장의 수요와 기술 동향을 바탕으로 과제를 발굴하고 세부 내용을 직접 작성했다.
정부는 3대 핵심 과제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국가 차원의 핵심 제조데이터 관리·활용 체계를 구축한다. 둘째,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한다. 셋째, 지역 제조AI를 확산한다.
첫 번째 과제는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이다. 제조AI의 품질을 좌우하는 제조데이터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철통 보안 시스템을 갖춘 데이터 도서관을 세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제조데이터를 연계하고, 해외 유출을 막으며 기업 간 데이터 공유 시 특정 기업의 자산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 주도로 활용·관리한다.
두 번째 과제는 '제조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구축된 제조데이터와 독자 AI 모델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범용 AI 모델을 만든다. 또한 물리법칙 기반 AI 모델, 이종 장비·로봇 간 연계, 물류·공급망 최적화 등 제조피지컬AI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AI와 로봇이 협업해 자율 운영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수출 가능한 상품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세 번째 과제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제조AI 확산이다. 고도화된 제조AI를 중소기업과 지역 거점대학에 빠르게 확산해 안전사고가 잦은 위험 공정을 AI로 대체하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한다. 이를 위해 국내 제조업 생산·수출의 3분의 2,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단지를 AI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는 'M.AX 클러스터'를 속도감 있게 조성할 계획이다.
제조AI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지식, AI 알고리즘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어려운 영역이다. 정부는 기초, 고도화, 확산, 생태계 조성 등 단계적·체계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계획이다.
기초 단계에서는 제조데이터 수집과 AI 모델·에이전트 개발 등 제조AX 확산 기반을 마련한다. 은퇴를 앞둔 대한민국 제조명장이 가진 '제조 암묵지'를 데이터로 변환·수집해 AI로 전환하는 대규모 사업도 추진한다. 고품질 제조데이터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제조AX 데이터 라이브러리'에 집적하며, 표준화 및 암호화·비식별화 시스템을 설계·구축한다. 특정 공정을 담당하는 경량 AI 모델부터 제조업 전체를 커버하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다양한 표준모델도 단계별로 구축한다.
고도화 단계에서는 대형 제조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 제조피지컬 AI 등 역량을 하나로 응축한 '풀스택 AI팩토리' 기술을 개발한다. 공장·제품 설계부터 검증·시생산, 공장 운영, 유통·물류까지 제조업 생산·경영활동 전반을 제어·관리하는 '대형 AI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핵심부품 개발과 실증 사업을 확대한다. 물리법칙을 연계한 AI 모델, 기기·로봇 간 연계, 저지연·고신뢰 통신 네트워크, 전주기 융합보안기술 등 제조 피지컬AI 원천·기반 기술도 개발한다.
확산 단계에서는 지역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할 'M.AX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실증 테스트베드, 엣지컴퓨팅 센터 등 공용 인프라를 구축한다. 상생형 AI 스마트공장 사업 등을 통해 대기업 협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제조AX 방법론을 제시하고, AI 팩토리의 수출산업화를 위해 진출 국가와 기업 특성을 고려한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
생태계 조성 단계에서는 제조AX 민간투자 확대, 관련 전문기업 육성, 인력양성 등을 추진한다. 민간 투자를 촉진할 펀드·보증을 적극 활용하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투자와 연계한다. '제조AX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제조AI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석·박사 과정과 현장재직자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 구축 및 유관기관 간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는 "이번 제조AI 2030 전략은 지난해 10월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부가 제조 및 산업 AX를 위해 원팀으로 협력하기로 한 약속이 본격적인 실행전략으로 이어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제조AI는 단순히 공장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제조 현장의 물리현상과 공정 흐름을 이해하고 장비·로봇을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제조데이터뿐만 아니라 물리법칙 기반 AI모델, 월드모델, 장비·로봇 협업 기반의 자율 공장 운영 플랫폼, 온디바이스 컴퓨팅, 전주기 보안기술 등 제조 피지컬 AI 원천·기반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M.AX, 즉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은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민관이 함께 과감한 투자와 실행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대책은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6개월간 치열하게 논의해 마련한 계획인 만큼, 단순한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각 부처가 책임 있게 과제를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전체 제조기업의 99.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AI 전환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스마트공장 지원 정책을 더 똑똑하게 발전시켜 중소 제조 현장 전반의 AX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