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생아와 영아들이 선천성 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전신마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신생아에게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일명 히르슈슈프룽병)' 진단에 꼭 필요하지만 국내 공급이 중단됐던 의료기기를 6월 26일자로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장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절세포가 선천적으로 없어 항문 쪽으로 장 내용물이 이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발생 빈도는 4천~5천 명의 출생아 중 1명꼴로, 국내에서는 연간 약 1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신속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의료기기는 '생체검사용도구(rbi2 Suction Rectal Biopsy System)'다. 이 제품은 신생아와 영아의 직장 점막 등 조직 검체를 채취해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그동안 해당 제품은 해외 제조원의 생산 단종으로 국내 공급이 중단되면서 의료 현장에 큰 어려움을 초래했다.
식약처는 언론 보도와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바탕으로 공급 재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우선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과 함께 대체품을 조사하고 해외 제조원과 직접 공급계약을 추진했다. 또한 대한소아외과학회 자문과 소아외과 전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심의를 거쳤으며,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9개 주요 병원의 제품 사용 현황과 확진 방법도 파악했다.
이러한 전문가 심의 결과와 의료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식약처는 소아 환자들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이번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 지정을 결정했다. 이번 지정으로 신생아와 영아 환자는 전신마취 없이 보다 간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선천성 거대결장증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 역시 의료기기 수급에 대한 불안감 없이 정부의 안정적인 공급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제품 지정을 신청한 전남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이주연 교수는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흡인생검에 필수적인 소모품 수급이 불가능해 생후 6개월 이내의 신생아·영아들이 마취 없는 ‘직장 흡인생검’ 대신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적 전층생검’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지정으로 의료현장의 애로사항이 해소되어 아이들이 전신마취의 위험과 고통 없이 안전하게 검사받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지정된 제품은 호주 업체 Aus systems Pty Ltd가 제조한 'rbi2 Suction Rectal Biopsy System'으로, 핸드피스, 조직 채취용 일회용 캡슐, 음압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제품은 직장 점막 및 점막하층의 조직 검체를 채취해 히르슈슈프룽병 진단을 위한 병리학적 검사에 적합한 생검 검체를 제공하는 2등급 의료기기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료기기 수급 상황과 관련된 현장 의견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수 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촘촘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 제도는 희귀·난치질환자 등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허가나 유통이 되지 않는 의료기기를 국가가 직접 수입해 공급하는 제도로, 보험 등록도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