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과 드론, 우주항공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을 집중 육성한다.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우주항공청은 26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관계부처와 기업 대표, 민간 전문가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부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계획', 국방부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국방분야 추진방안', 우주청은 '우주항공 신산업을 통한 신안보 제고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이후 현대전 양상과 기술혁신, 조달혁신, 인재 육성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정부는 민간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안보 역량 강화와 산업 성장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형 팔란티어'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팔란티어는 2003년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전장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AI 기반 전장 정보 분석 플랫폼 '고담'을 개발해 기업가치 약 3000억 달러(약 400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안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 5개, 매출 1000억 원 이상 혁신기업 5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6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신안보 전략분야와 혁신기업을 지정한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해 드론·로봇, 국방 AI·반도체, 국방 센서·미래소재, 우주·항공, 사이버 보안·양자 통신 등을 신안보 분야로 지정하고,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해 집중 육성한다.
둘째, 첨단무기체계의 최초 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 조달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무기체계 조달은 다단계 검증과 일괄 계획 획득 방식으로 소요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장기간이 걸렸지만, AI 등 첨단 기술 장비는 조달 기간을 대폭 줄인다. 국방 분야는 민간이 군사적·산업적 필요성을 제안하는 공모형 획득 방식을 확대하고, 군이 우선 활용하면서 성능을 지속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비국방 안보 분야는 국가계약법에 '혁신 촉진형 계약제도'를 도입해 혁신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신속하게 계약·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중간 성과마다 대금을 지급하는 마일스톤 방식과 기업·구매자 책임 면책 제도도 마련한다.
셋째,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이 군 작전에 참여해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개발부터 실증, 구매까지 연계하는 신안보 전용 'OTA형 연구개발'을 도입해 기업당 최대 5년간 100억 원 등 대규모로 지원한다. OTA는 미국 연방기관이 혁신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계약·실증·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조달 체계다. 기업이 군과 함께 작전·훈련 현장을 직접 경험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장 요구에 기반한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넷째, 한국형 인큐텔(IQT) 설치 등 전략적 공공투자 기반을 구축한다. 미국 CIA가 1999년 설립한 비영리 벤처캐피탈인 인큐텔 모델을 도입해 정부가 신안보 분야에 100% 직접 투자하는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한다. 초기자금 공백을 해소하고, 1조 원 이상 규모의 모태펀드·방산펀드로 성장자금을 지원한다. 기술 특화 자산운용사인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 설립을 지원하고, 향후 5년간 최대 10조 원 규모의 투자재원을 조성해 혁신기업에 대규모 투자할 계획이다.
다섯째, 혁신기업 개발성과의 지식재산권 보장 등 신시장 진출을 촉진한다. 정부와 혁신기업이 개발성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기업이 이를 민간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한다. 전략 수립, 기술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전용 사업화 패키지를 신설하고, 수출역량 강화와 대기업 협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여섯째, 국무총리 회의체 설치 등 범정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와 추진단을 설치해 부처 간 연계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정책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신속한 조달체계 구축을 위해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AI·드론 분야의 마중물 역할을 통해 신안보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미래 첨단 강군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혁신기업의 첨단기술이 군에 신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실증전담부대를 2026년까지 9개로 확대하고, 부대별 혁신랩을 구축해 현장 중심의 기술실증과 민·군 기술교류를 활성화한다. '2026 대한민국 드론 공방전' 개최와 군 훈련장 개방을 통해 드론·대드론 기술의 실증 및 인증 기회를 확대한다.
국방 데이터를 민·군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국방데이터 카탈로그' 형태로 메타정보를 제공하고, 공개 가능한 데이터를 지속 확대해 혁신기업의 AI 개발을 지원한다. AI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 구축을 확대하고, 보안제도 개선과 국방 AX(인공지능 전환) 거점 조성을 통해 산·학·연이 국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첨단전력의 신속·대량 획득체계 구축을 위해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방 AX 스프린트 사업'을 통해 민간 AI 기술의 군 적용을 확대한다. K-BLUE UAS 인증체계와 드론 핵심부품 표준화를 추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신속 획득 여건을 조성한다.
국방 첨단전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군 특화 AI 운영체계(K-메이븐)와 국방 특화 AI 모델, 국방 월드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한국형 장거리 자폭 무인기(K-LUCAS) 도입,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위한 교육용 상용드론 6만 대 확보 등 드론 공공소요를 창출하고, 민간기술 환류체계 구축을 통해 AI·드론 중심의 첨단전력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기술혁신이 신산업을 창출하고, 산업 발전이 안보 역량 강화로, 안보 수요가 다시 기술혁신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주데이터센터' 핵심기술 개발과 우주검증을 추진해 위성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차세대 인프라 시장을 선점한다. 국가 위성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위성 영상·관측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위성정보 활용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AI 무인기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자체 개발하고, 공공·국방 임무 기반 실증을 통해 민·군겸용 모빌리티의 상용화를 촉진한다. 우리나라 비우주분야 강점산업의 소재·소자·부품 등을 우주에서 검증해 우주개발 자체 공급망을 확충함으로써 글로벌 변동성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기부, 국방부, 우주청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신안보 혁신기업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안보 산업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안보 혁신의 핵심 주체로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