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7차 의료혁신위원회를 열고 간호·간병 서비스 개선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강화를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간병 수요 증가와 저출생 속 고령 산모 비중 확대 등 의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먼저 간호·간병 개선 권고안은 산하 초고령사회 의료체계 전문위원회의 심층 논의와 공개토론회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최근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독거노인 비율이 2020년 16.2%에서 2024년 23.7%로 증가하는 등 간호·간병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입원 환자의 약 60%가 사적 간병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사적 간병 비용은 6조 원 규모로 추정될 정도로 부담이 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시범사업 시행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경증 환자 위주로 제공되고 일부 병동에서만 운영되며 지역별 편차도 심각하다. 참여율을 보면 인천이 61.0%로 가장 높은 반면 전남 15.3%, 제주 7.5%에 불과하다. 요양병원은 간병 질 편차가 크고 환자 부담이 높으며 퇴원 후 체계화된 서비스 부족으로 안정적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간병인 고용 비용은 월평균 370만 원으로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 224만 원의 1.7배에 달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가지 혁신 전략을 설정했다. 첫 번째 전략은 급성기 병원 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혁신이다. 현재 병동 단위로 운영되는 서비스에 병원 단위 모델을 신설해 비수도권 국공립병원부터 우선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병원별로 인력 기준을 두고 병동별 배치는 자율적으로 결정해 환자 중증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병동지원인력을 간병인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명확한 역할을 부여해 서비스 질을 높이기로 했다.
두 번째 전략은 요양병원 내 간병 혁신이다. 환자 치료 역량에 따라 요양병원을 유형화하고 중증 환자 치료 역량이 높은 요양병원부터 간병 급여화를 추진한다. 급여화 대상이 아닌 요양병원 이용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전체 요양병원에 대한 간병 인력 관리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간병 서비스와 인력에 대한 질 관리 및 평가를 실시하고 급여화 후 환자 부담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할 방침이다.
세 번째 전략은 지역사회 내 재택간호 혁신이다. 가정간호, 방문간호 등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를 재택간호로 통합해 대상을 확대한다. 장기요양서비스 등 다른 돌봄서비스와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협력 체계를 마련해 재택간호 수요자에게 통합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다.
네 번째 전략은 간호·간병 혁신을 위한 인프라 정비다. 체계적인 간호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고 지역 정착 여건 개선과 교육·훈련 과정 개발에 힘쓴다.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관리 부서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개선 권고안은 지난달 회의 의견과 지역·필수·공공의료 전문위원회의 추가 검토를 반영해 최종 마련됐다. 산모·신생아 진료는 생애 초기 건강과 임신·출산 전 과정의 여성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영역이지만 최근 병원이 고위험 산모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의료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 3000명에서 2024년 23만 8000명으로 감소했지만 고령 산모 비중은 같은 기간 33.4%에서 35.9%로, 다태아 비중은 4.6%에서 5.6%로 증가해 고위험 진료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의료인력과 분만 의료기관 등 인프라가 감소하고 지방 인구감소로 의료기관의 안정적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지역화 전략과 예방적·선제적 대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골자로 하는 지역 연계형 모자의료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위험도에 따른 지역별 사전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모든 산모에 대해 거주지 근처 산전 진찰 병원에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는 산모 등록제를 도입한다. 분만할 병원을 미리 지정해 산전 진찰 병원과 진료 협력을 통해 안전한 분만을 사전에 준비한다.
고위험 산모는 분만과 응급상황 발생 시 치료를 전담할 모자의료센터를 지정해 별도 관리한다. 현재 중증모자의료센터 2개소, 권역모자의료센터 20개소, 지역모자의료센터 33개소가 운영 중이다.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모자의료센터에 예비병상을 상시 운영하고 분만 병원에서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한다. 조산 등 응급상황 발생 시 분만 병원이나 산전 진찰 병원이 전원전담팀과 소통해 신속한 이송·전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거주지에서 양질의 산전 진찰을 받고 중진료권에서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취약지에 의원급 산부인과를 유치하고 거점분만병원을 지정하는 등 인프라를 완비하며 타 지역 진료 시 산모의 이동과 숙박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둘째, 인력 확보 방안이다. 단기적으로는 한정된 산부인과와 소아과 인력을 모자의료센터에 집중해 진료역량을 강화한다. 개원가 등으로 이탈한 전문의 재유입을 위해 수당 지급이나 교육·훈련 제공 등 유인 방안을 마련하고 타 의료기관 근무 허용이나 병원 간 순환 당직 활성화로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분화된 전문의 양성을 줄이기 위한 수련 과정 개편과 진료지원간호사·조산사 등 전문인력의 역량과 역할을 강화하고 다변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셋째, 운영체계와 재정 강화 방안이다. 의료기관 단위의 포괄적 보상을 통해 관련 의료 기반 시설의 운영과 유지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되 응급 대기 병상 유지 등 공공 의무를 부과한다. 의료서비스 제공 보상은 건강보험 수가 확대를 통해, 기반 시설 구축과 전달체계 개편은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국가재정 확충을 통해 지원한다. 지역 간 불평등 예방을 위한 중앙정부의 평가·승인과 사회적 대화 창구 마련도 논의됐다.
마지막으로 난임치료 시 단일배아 이식 진료 표준을 개발하고 횟수 중심의 건강보험 지원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전반적인 출산 정책과의 정합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지난달에 이어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속도감 있게 필요한 분야에 대해 정책 권고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기존 권고안의 이행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된 안건에 대한 의견은 '의료혁신을 위한 국민소통광장' 누리집을 통해 연말까지 제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