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말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무인항공기(드론)를 활용한 말벌집 퇴치 장치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장치는 말벌집을 뚫는 드릴과 친환경 약제 분사 기능을 결합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벌집을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말벌은 양봉 농가의 꿀벌을 사냥해 꿀 생산량을 줄이고, 작물 수분을 감소시켜 농작물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 벌보다 15배 강한 독을 지녔으며 여러 차례 쏠 수 있어,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에게는 쇼크나 심정지 같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사다리나 고소 작업차를 이용해 직접 말벌집에 접근했다. 하지만 높은 나무 위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벌집은 제거 효율이 낮았고, 벌에 쏘이거나 추락하는 안전사고 위험이 컸다.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분당 최대 300회 구멍을 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구멍을 뚫은 후 말벌집 내부로 바로 약제를 분사해 성체는 물론 유충과 여왕벌까지 방제할 수 있다. 작업자는 실내 등 안전한 곳에서 원격 조종으로 작업하며, 카메라와 적색 레이저 포인터로 정확한 위치를 조준할 수 있다. 각도 조절 기능도 있어 10미터 이상 높은 나무 위에 짓는 등검은말벌 같은 종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용되는 탄환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고, 약제는 제충국 추출물에 설탕과 꿀벌 추출물, 개미산 등을 혼합해 제작됐다. 모두 친환경 물질로 구성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
실제 현장 실험 결과, 이 장치의 살충률은 99%에 달했다. 기존에 2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20분으로 단축했으며, 인력은 85%, 비용은 42.9% 절감했다. 벌 쏘임이나 추락 같은 인적 안전사고 우려도 사라졌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부터 현장 실증과 연시회를 거쳐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현재 농가에 보급 중이다. 현장 반응이 좋아 임대 사업으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며, 올해 4월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소방 출동 시에도 이 장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과 김병갑 과장은 “이 장치를 활용해 농가뿐 아니라 도시에서 발생하는 말벌 피해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에게 꼭 필요한 밭농업 기계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치는 기존 방제용 드론에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무게는 25kg 미만이며 원격 조종으로 측방 살포가 가능하다. 친환경 약제는 적용 후 5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며, 제충국 추출물은 사람과 가축, 식물에는 무해하고 곤충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