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한우 120여 마리를 키우는 홍도농장은 최근 사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을 도입했다. 농식품 부산물과 풀사료를 직접 배합해 소에게 먹인 결과, 사료비는 26.7% 줄었고, 최고 등급인 1++ 등급 출현율은 37.5%에서 61.2%로 크게 올랐다. 이처럼 생산비는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현장 성과가 잇따르면서, 자가 TMR 기술에 대한 농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이 같은 현장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을 확산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가 TMR은 농가가 직접 곡류, 풀사료, 농식품 부산물 등을 활용해 사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농가 여건에 맞춰 원료를 선택하고 배합할 수 있어 사료비 절감에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은 2012년부터 농식품 부산물의 사료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맥주박, 비지, 깻묵, 두유박, 버섯 사용 후 배지 등 총 47종의 농식품 부산물에 대한 사료 가치 평가를 마쳤다. 이 정보는 '한국표준사료성분표'와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배합비 프로그램'에 반영돼 농가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농가의 자가 TMR 활용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우 비육우의 TMR 급여 비율은 2004년 2.14%에서 2024년 32.28%로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은 배합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현장 활용성을 높여 왔다. 2018년에는 개량된 한우의 성장 특성에 맞춘 거세 한우 단기 비육 프로그램을 반영했고, 2024년에는 임신우 사료 증량 급여 기술을 추가했다.
임신우 사료 증량 급여 기술은 임신한 암소에게 사료를 더 많이 먹여 태어나는 송아지의 성장과 육질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임신우에게 임신 4개월부터 분만까지 배합사료를 1.5배 증량해 급여한 결과 송아지의 소화기 발달이 촉진되고 지방세포 형성이 증가했다. 이렇게 태어난 거세우는 근내지방도가 6.7에서 7.6으로 높아졌고, 1++ 등급 출현율은 36.4%에서 85.7%로 급증했다. 소 마리당 순이익도 88만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TMR 기술의 현장 적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전국 16개 시군 42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출하월령은 30.9개월에서 28.5개월로 단축됐고, 사료비는 11.3% 절감됐다. 육질 1+ 등급 이상 출현율은 65.6%에서 72.4%로 높아졌으며, 농가 소득은 41.6% 증가했다.
기술 전수 거점 농장의 실증 결과에서도 효과는 뚜렷했다. 자가 TMR을 적용한 거점 농장의 사료비는 두당 평균 296만 원으로 전국 평균(411만 원)보다 28% 낮았다. 1++ 등급 출현율은 65.3%로 전국 평균(39.1%)보다 26.2%포인트 높았고, 도체중은 평균 487.3kg으로 전국 평균보다 16.7kg 더 무거웠다.
자가 TMR은 사료비 절감 효과가 뛰어나지만, 배합기와 저장시설 등 초기 시설 투자와 제조 기술 습득이 필요해 일부 농가는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기술 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기술 전수 거점 농장을 운영해 신규 도입 농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9개소를 운영 중인 거점 농장을 2027년까지 18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점 농장은 현장 기술 교육과 농가 간 멘토링 역할을 한다. 2025년 현재 석청농장(대전), 삼솔농장(경남 진주), 한라한우촌(제주), 장한농장(전남 함평), 가나안농장(경기 광주), 새봄농장(경기 이천), 여물농장(강원 강릉), 덕현목장(강원 홍천), 원천농장(경북 영주) 등 9곳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이들 거점 농장은 청년 농업인 연계 교육과 컨설팅, 현장 교육 등에 활용되며, 신규 도입 농가와 거점 농장주 간 상시 소통 체계를 운영해 문제 해결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 제조 모델도 검토되고 있다. 여러 농가가 원료 확보와 제조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별 농가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기술 활용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100두 사육 농가 기준으로 자가 TMR 설비 구축에는 배합기와 급여기 등을 포함해 약 1억 원 내외의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지만, 공동 제조 모델이 도입되면 개별 농가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미경산우의 최적 출하 시기 설정 연구와 경산우 비육 기간 단축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식품 제조 공장과 스마트팜 등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농식품 부산물을 발굴해 한우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료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배합비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농가별 사육 규모와 경영 여건에 맞는 정밀 사양관리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용민 원장은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기술은 농식품 부산물을 사료 자원으로 활용해 생산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현장 실용 기술”이라며 “거점 농장 실증을 통해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농가의 도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동 제조 모델과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농가 여건에 맞는 기술 개발과 보급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