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연살해세포(NK cell) 등 자가 면역세포를 배양해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재생의료의 문턱이 낮아진다. 보건복지부는 6월 25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세포 치료 기술의 위험도를 기존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기존에 중위험으로 분류되던 자가 면역세포 배양 기술을 저위험으로 낮춰 환자들이 더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연구자는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바로 치료계획을 제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중·고위험 치료의 경우 약 2~3년에 걸친 임상연구를 먼저 마쳐야만 치료계획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그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신체 구조와 기능을 재생·회복시키거나 질병을 치료·예방하기 위해 인체 세포 등을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조직공학 치료, 융복합 치료 등이 포함된다. 기존 의약품이 주로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재생의료는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거나 대체해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2020년 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해 재생의료의 심의 체계와 안전관리 체계가 마련됐다. 이후 2025년 2월부터는 치료 제도가 도입돼 실제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세 단계로 구분되며, 각 위험도에 따라 차등화된 절차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저위험 치료는 선행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없이 치료계획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유사한 치료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나 문헌은 제출해야 한다. 반면 고위험과 중위험 치료는 반드시 동일한 목적과 내용의 선행 임상연구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고위험·중위험 치료는 연구에서 실제 치료 승인까지 보통 2~3년이 소요된다.
이번 위험도 조정의 대상이 된 배양된 자가 면역세포 임상연구·치료는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안전성 사례가 충분히 축적된 기술이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고시로 최종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세포 배양은 기술의 전문성과 품질·안전성을 고려해 세포처리 시설에서 단순조작이 아닌 배양 처리된 투여용 세포를 공급받아 실시돼야 하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도 개정·시행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심의위원회에서는 다기관 임상연구 3건도 함께 의결됐다. 이는 해외로 원정 치료를 가는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가 기획한 연구 과제로, 고형암, 근골격계 질환, 만성통증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의 실수요가 큰 질환을 우선 선정해 국내에서도 첨단재생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위험도별 분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위험에는 배아줄기세포·역분화줄기세포 이용 연구, 동물 유래 세포 이용, 타인 유래 세포(단순조작 제외) 이용, 유전자 이용, 신체 기능 완전 대체를 위한 인공 조직·장기 이용 등이 포함된다. 중위험은 본인 유래 세포(배아줄기·역분화줄기 제외, 단순조작 제외) 이용, 타인 유래 세포를 최소조작해 이용하는 경우, 신체 기능 구조적 복원 목적의 인공 조직·장기 이용, 그리고 고위험 중 안전성이 증명돼 심의위·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연구·치료가 해당한다.
저위험은 본인 유래 세포를 최소조작(단순 분리·세척·냉동·해동 등)해 이용하는 연구·치료와 중위험 중 안전성이 증명돼 고시된 연구·치료로 구분된다. 이번에 자가 면역세포 배양 기술이 저위험으로 재분류된 것은 중위험 항목 중 안전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된 사례에 해당한다.
위험도별 심의 절차도 다르다. 고위험 치료는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의 심의(과학적·윤리적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후 심의위 재심의를 통해 5년 단위로 치료 실시가 결정된다. 중위험은 심의위 심의만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의위 치료 재심의를 통해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저위험은 선행 임상연구가 필요 없이 곧바로 심의위 치료 심의를 신청할 수 있어 절차가 가장 짧다.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위험도별 차이가 있다. 고위험·중위험 연구는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지만, 저위험 연구는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 모든 위험도에서 실시 기록을 보관·보고해야 하며, 복지부는 비용 현황을 조사·분석·공개한다. 또한 안전성 모니터링과 이상반응 조사가 이루어지고, 기준을 위반하거나 계획을 미이행할 경우 지정 취소 및 업무 정지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특히 저위험 치료라도 국민 보건에 위해가 있거나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면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김현숙 첨단의료지원관은 “첨단재생의료 제도는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도 “환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받는 것도 중요한 만큼 안전관리 체계를 면밀히 살펴 제도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위험도 조정과 다기관 임상연구 추진을 통해 난치병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해외에서만 가능했던 첨단세포 치료를 국내에서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