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지난 6월 11일부터 2주간 진행한 광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사망사고 집중 점검 결과를 6월 24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회식·음주 강요 등 갑질 행위, 유가족의 감찰 요구 묵살, 불법적인 심리상담 자료 노출 등 세 가지 주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실시됐다.
점검 결과, 피해 소방관이 근무했던 광산소방서 내에서 회식 강요, 음주 강요, 상사 옆자리 착석 강요, 부적절한 호칭 강요, 사적 노무 지시 등 다양한 갑질 행위가 사실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지난 15개월 동안 총 24차례의 술자리에 참석할 것을 사실상 강요받았으며, 일부 회식은 익일 오전 2시까지 호프집, 나이트클럽, 노래방 등에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는 '후래자 삼배(늦게 온 사람이 술 세 잔 마시기)'나 '파도타기' 같은 폭탄주(소주와 맥주 혼합)를 즉시 한 번에 마시도록 강요하는 이른바 '원샷'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해자에게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과장 옆자리에 앉아라' 등 남성 상사 옆자리 착석을 강요하고,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는 부적절한 호칭 사용도 직근 상사 등이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적 노무 강요도 심각했다. 피해자가 개인 해외여행을 갈 때 직근 상사가 술이나 커피를 구입해 오도록 지시했고,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 등의 퇴임식 행사 준비, 전임 서장 부친상과 빙부상에서의 상차림과 심부름, 상급자 이동을 위한 차량 운행 등 다양한 사적인 업무를 강요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유가족의 감찰 요구가 해당 기관들에 의해 사실상 묵살됐다는 점이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이 지난해 10월 13일 감찰을 요구했음에도, 공식 회식 횟수(3회)와 피해자의 업무 태도만 파악한 뒤 '특이 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더욱이 갑질 행위 가해자로 확인된 부서의 장이 감찰 부서의 장을 겸하면서 '셀프 조사'를 진행했고, 유가족이 요청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광주소방안전본부도 익명제보시스템(레드휘슬)을 통한 조사 요청(지난해 11월 22일)에 대해 광산소방서의 자체 조사 결과만 형식적으로 확인했다. 피해자 남자친구의 문제 제기(지난해 12월 5일) 후에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를 하겠다고 안내한 뒤,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감찰 착수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올해 5월 12일까지 5개월간 방치했다.
소방청 본청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의 민원 제기(올해 5월 12일) 이후 감찰 착수 계획을 수립했으나, 부실 감찰의 당사자인 광주소방안전본부 직원 6명을 조사반에 편성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했다. 조사 대상을 갑질 관련자 1명, 심리상담 결과 노출 관련자 2명으로 극히 한정했고, 국무조정실의 점검이 시작된 이달 11일 이전까지 약 한 달간 관련자 대면 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아 사실상 감찰을 해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심리상담 자료 노출 문제도 심각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권한이 없음에도 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위탁한 업체에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를 요구했다. 위탁업체는 '심리 상담 비밀 보장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광주소방안전본부 내 계약 체결 및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부서가 그 지위를 이용해 자료를 받아낸 것이다.
이후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심리상담 자료 중 일부만 발췌해 왜곡한 '소방 공무원 극단적 선택 발생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점검 결과, 상담 내용에는 남자친구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를 제외하고 '남자친구와의 교제 어려움 토로'만 발췌했다. 이렇게 왜곡된 심리상담 결과는 '소방공무원 인사발령(사망면직)' 공문서에 첨부된 채로 15개 유관부서에 공개적으로 발송돼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심리상담 결과가 대내외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점검단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비위 행위가 확인된 공직자 17명(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에 대해 소방청에 엄중한 징계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관리 책임이 있는 퇴직자 2명과 점검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광산소방서 내 다른 위법 행위(사행행위 등)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이번 사망사고가 소방 조직의 전근대적 내부 문화와 부실한 소방관 인권 보호 실태에 기인한 만큼, 소방청이 조직문화 개선 및 소방관 인권 보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통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직장 내 갑질 재발 방지를 위해 소방청 전반의 조직문화 점검과 개선 대책 마련도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피해자가 근무하던 당시 조직 내에서 회식 및 음주 강요, 사적 노무 요구 등 부적절한 관행과 비위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점검단은 이번 결과가 공직사회 갑질 문화 폐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