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선임 담보 ‘경보’…과열 경쟁에 소비자만 희생

변호사선임 담보 ‘경보’…과열 경쟁에 소비자만 희생
12월 중순부터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담보가 심급별 500만원 한도로 나뉘고, 가입자가 최대 50만원을 직접 내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예전처럼 한 번에 최대 1억원까지 정액으로 주던 방식에서, 실제로 필요한 비용만 단계별로 보장하는 쪽으로 재설계되면서 소비자 체감 보장은 1000만원대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당국은 과도한 정액 보장이 불필요한 소송·과다 보수 청구를 유발해 손해율을 키웠다고 보고, 보장은 남기되 과잉 유인은 줄이는 방향으로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2일 손해보험사에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담보의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했다. 핵심은 피보험자가 자동차 사고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뒤 재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비용의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12월 중순, 특히 이달 중순을 분기점으로 심급별 500만원(1심·2심·3심 각 500만원)과 정액 자부담(최대 50만원) 체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관련 지급보험금은 2021년 146억원에서 2023년 613억원으로 약 4배 급증했다. 실제 일부 소비자는 간단한 사고로 인한 1심 재판임에도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한도까지 모두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해,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시 민·형사 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정액으로 보장하며 한때 최대 1억원까지 한도 경쟁이 과열됐고, 현재도 3000만~5000만원이 일반적이었다. 개편 후에는 심급별 필요비용 중심으로 전환되며 체감 한도는 1000만원대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실제로 다수가 1심에서 종결되고 1000만원 안팎으로 선임이 가능한 사건임에도 기존 높은 한도를 끝까지 요구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이 구조가 특약을 ‘필요 비용 보장’이 아닌 ‘정액 지급 수단’으로 변질시켜 과잉 지급을 유발한다고 보고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 가입자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서 섣부른 소송보다 형사합의나 벌금 납부 등 대안 검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형사합의지원금(최대 2억원)·자동차사고벌금(최대 3000만원) 특약의 활용도 확대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 변화 소식이 시장에서는 곧바로 ‘절판 마케팅’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설계사들은 SNS와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다음 달부터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용 보장이 축소된다”, “지금이 마지막 가입 기회”라는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절판 마케팅을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고, 현장 점검과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 단계에선 상대와의 합의가 핵심인데, 변호사를 부르면 오히려 합의가 꼬여 소송까지 가는 일은 드문 편”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필요한 사람 중심의 특약 가입이 이뤄지고, 형사합의금·벌금 특약의 실제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