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부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지난 5월 14일 열린 2026년 제3회 관세품목분류위원회에서 총 11건의 품목분류를 결정하고, 이를 반영한 고시 개정안을 6월 23일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관세품목분류위원회는 수입 물품의 세율과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본 요소인 품목분류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로, 1982년부터 민간 전문가와 관계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등 41명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반도체 제조용 CMP(화학적 기계적 연마) 장비에 장착되는 '멤브레인'에 대한 분류다. 멤브레인은 웨이퍼를 흡착해 고정하고 균일한 압력을 전달해 표면을 정밀하게 연마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이 물품이 특정 CMP 장비에 전용으로 사용되고 공정 수행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반도체 제조용 기계의 부품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플라스틱 제품(6.5% 관세)이 아닌 반도체 제조용 부품(기본 0%)으로 분류돼 무관세 적용을 받게 됐다.
이는 단순한 재질보다 실제 기능과 용도, 장비와의 관계가 품목분류의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도체 제조에 널리 쓰이는 핵심 부품에 무관세를 적용함으로써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주요 결정 사항으로는 의류 품목분류 기준 정립이 있다. 실제 트임이나 여밈 구조는 없지만 남아용 바지의 여밈 형태를 본뜬 박음질이 된 바지에 대해 위원회는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물품에는 실제 여밈이 없고 남자아이용으로 볼 객관적인 디자인 요소도 확인되지 않아, 세계관세기구(WCO) 규정에 따라 소녀용 바지로 분류됐다. 세계관세기구 규정은 의류의 성별을 구분할 때 여밈 방향, 재단 방식, 디자인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 기준으로도 구별이 어려우면 여성용 의류로 분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의류 품목분류가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규정에 기반한 실제 구조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유사 물품에 대한 품목분류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위원회는 세척·소독기, 질소 발생기, 와이드 긴바지, 창꼴뚜기, 말차와 녹차 향료, 의료용 카테터, 피크닉매트, 지게차 부품, 실리콘 브라 등 총 11개 물품에 대한 품목분류를 결정했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산업환경 변화와 신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물품에 대해 합리적이고 일관된 품목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주요 사례를 적극 공개해 기업과 국민의 품목분류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오현진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품목분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도 운영 중”이라며 “수출입 기업들이 해당 제도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는 수출입 신고 전에 스스로 품목 분류가 어려운 경우 관세청이 품목번호를 결정해 회신해 주는 제도로,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에서 신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