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꿀벌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월동을 마친 직후입니다. 이른바 '무밀기'라 불리는 이 시기에는 꽃이 적어 꿀벌이 충분한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영양 불균형과 면역력 저하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이런 때 안정적인 먹이원을 제공하는 것이 꿀벌의 건강을 유지하고 벌무리를 강하게 키우는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농촌진흥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손을 잡았습니다. 대기업이 보유한 유휴지에 유채를 심어 꿀벌 먹이를 생산하고, 그 혜택을 지역 양봉농가와 나누는 '상생 협력 모형'을 구축한 것입니다. 6월 12일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서산농장을 직접 찾아 유채 재배 단지를 둘러보고, 산업체 관계자 및 서산 지역 양봉농가와 간담회를 열어 이 모형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현대서산농장은 지난 5월 기업 부지의 유휴 공간에 유채를 심고 생육을 관리해 왔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이곳에서 유채의 개화 특성, 꿀과 화분의 생산성, 적정 벌무리 수 등을 분석해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연구는 유채를 초본 밀원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뒤영벌 등 화분 매개 곤충의 먹이원으로서 가치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제훈 원장은 “서산 지역 기업 유휴지에 유채를 심어 먹이용 화분을 생산하면 꿀벌 건강과 지역 양봉산업 활성화를 함께 챙길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양봉농가와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다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성 원장은 서산시 인지면에 있는 양봉농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기반 꿀벌응애 자동검출장치 ‘비전(Beesion)’의 현장 실증 농가입니다. 꿀벌응애는 벌집에 기생해 꿀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해충으로, 신속한 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비전 장치는 벌집판을 사진으로 찍어 AI가 자동으로 응애 감염 여부를 판별해 주는 기술입니다.
현장 실증 연구는 올해 3월 농가를 선정한 뒤 4월에 장치를 배포하고 사용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초점·노출값 자동 설정, 벌집판 거치대 개선, 여왕벌 유무 판독 기능 추가 등 농가 의견을 반영한 편의성 향상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성 원장은 농가와의 간담회에서 “신기술을 현장에 빨리 보급하려면 사용자 입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일이 먼저”라며 “기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자주 듣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연구팀은 비전 장치의 자동화 프로그램을 더 보완하고,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농가 현장 테스트를 거쳐 10월 데이터를 분석한 뒤 11월 평가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년에는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확대·보급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번 민관 협력 사업은 기업의 농업 인프라와 농촌진흥청의 기술력을 결합해 양봉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 양봉농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