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5%가 가계 지출 및 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65.5%는 실제로 지출을 줄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지출을 줄인 항목은 교통·에너지비와 외식·배달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농식품 구매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응답자의 73.6%가 농식품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이에 따라 소비 패턴도 크게 바뀌었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 이후 외식이나 배달을 줄이고 가정 내 조리를 늘렸다는 응답이 67.3%에 달했다. 가정에서 직접 조리하는 비율은 중동전쟁 이전 42.2%에서 이후 54.2%로 12%포인트 증가한 반면, 외식·배달 비율은 33.9%에서 22.4%로 11.5%포인트 줄었다.
농식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행동 변화가 관찰됐다. '할인·특가 상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높았고, '필요한 양만 구매한다'(27.4%), '다른 품목으로 대체한다'(17.0%)가 뒤를 이었다. 품목을 대체할 때는 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식품군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59.8%에 달했다. 줄일 의향이 있는 품목으로는 과일·과채류(33.2%)가 가장 많았고, 육류(26.1%), 가공식품(23.6%) 순이었다.
정부가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비 행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 대상자의 48.0%는 지원금을 받으면 평소 가격 부담으로 구매를 망설였던 농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원금 사용 계획으로는 농식품(39.5%), 생활필수품(19.0%), 외식·배달비(17.4%), 교통·에너지비(15.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원금의 추가 소비 유도 효과다. 지급 대상자의 51.9%는 지원금에 본인 비용을 더해 추가로 소비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원금의 평균 54.1%를 농식품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해 실제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지원금 사용 계획에 따라 농식품 구매 의향에도 차이가 있었다. 농식품이나 외식·배달비에 지원금을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과일·과채류(31.8%)와 육류(30.8%) 구매 의향이 뚜렷했다. 반면 생활필수품이나 교통·에너지비에 사용할 계획인 소비자는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미수급자의 경우 고유가로 인한 농식품 구매 감소가 더 두드러졌다. 과일·과채류(48.4%), 육류(45.0%), 채소류(22.7%) 순으로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소비 유형 변화에 대응한 농업기술 개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농촌진흥청 위태석 농업경영혁신과장은 "외식 감소, 가정 내 조리 증가 등 소비 유형 변화를 고려한 품종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수확 품종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공·밀키트 등에 적합한 농산물 재배 기술과 저장·품질관리 기술을 개발·보급함으로써 농식품 수요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세 가지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가정 내 조리 및 간편조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밀키트 활용에 적합한 품종과 수량성이 높은 다수확 품종을 개발한다. 둘째, 신선 소비용, 가공용 등 활용 목적별 품질·규격·수량 특성을 고려한 재배기술을 개발·보급한다. 셋째, 밀키트, 전처리 농산물 등 간편조리용 농식품의 활용 확대를 위해 저장성 향상, 신선도 유지 등 저장·품질관리 기술을 개발한다.
고물가 상황에서 농식품 소비를 지속·확대하기 위한 정책 수요 조사에서는 '농산물 가격 관리'(50.9%)가 가장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어 '소비자 맞춤형 상품 개발'(16.3%), '농식품 구매 할인 지원'(15.8%), '유통 단계 축소'(12.6%) 순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