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보험, 국가 안전망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
기후위기와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정부 주도의 보험 제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법률에 근거해 도입·운영되는 공공성 보험은 과거 사후 복구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분산하고 신속하게 보상하는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어업·재난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는 이 제도는 이제 단순한 보상 수단을 넘어 국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농작물재해보험이다. 2001년 도입 이후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며 농가 경영 안정에 기여해 왔다. 지난해 이 보험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76개 품목, 70만ha 면적에 63만2000명이 가입했고, 가입률은 57.7%로 전년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순보험료 규모는 1조33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냉해와 산불, 폭염, 집중호우 등 각종 재해가 발생하면서 28만1000명에게 총 1조3932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호당 평균 495만원으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평균 농업소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정책보험의 영역은 농산물과 가축, 양식수산물을 넘어 농어업 종사자의 생명과 안전까지 확장되고 있다. 농업 현장의 위험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농업 현장 사고로 297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60%는 농기계 사고 때문이었다. 농업인안전보험 기준 재해율은 5.0%로 전체 산업 평균(0.67%)의 7.5배, 사망률은 2.99%로 전체 산업(0.98%)의 3배를 웃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사망·부상자율을 2024년 대비 25%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업인안전보험, 농작업근로자안전보험, 농기계종합보험을 포함한 올해 관련 예산은 약 19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수산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체 해양사고 선박 중 어선 비중이 65.3%에 달했고, 사망·실종자 수도 228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선원재해보상보험, 어선재해보상보험, 어업인안전보험 등이 운영 중이다. 특히 법령 개정으로 당연가입 대상이 3톤 미만 소형 영세 어선까지 확대되면서 보호 사각지대가 대폭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직접 대응하는 새로운 공공보험도 등장했다. 경기도가 올해 전 도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기후보험이 대표적이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주민등록상 도민이면 자동 가입되며, 폭염·한파에 따른 온열·한랭질환 진단비와 감염병 10종 진단비를 보장한다. 응급실 내원비와 사망위로금까지 신설되면서 약 1400만명이 혜택을 받는 전국 최대 규모 공공형 기후보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안전보험도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주민이 자동으로 보장받는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책보험이 농민과 어민, 소상공인, 일반 시민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위험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후변화와 초고령화, 감염병 확산 등 새로운 위험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정책보험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 재난 발생 후 정부가 복구 예산을 투입하던 방식을 넘어, 보험을 통해 위험을 사전에 분산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히 보상하는 체계로 전환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