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위해 국제기구인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와 함께 추진한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1단계(2016~2025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한국의 우수한 벼 재배 기술과 품종을 아프리카에 전수해 쌀 자급자족의 발판을 마련하고 녹색혁명의 길을 열어주는 데 기여했다.
쌀은 아프리카에서 옥수수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작물로, 54개국 중 39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벼 생산성은 ha당 2.4톤에 불과해 아시아(5.0톤/ha)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매년 쌀 수요가 6% 이상 증가하면서 39개국 중 21개국이 소비량의 5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카파시(KAFACI,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를 통해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15개국에 총 71개의 벼 품종이 개발·등록됐다. 개발에는 육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약배양(꽃가루배양) 기술과 한국의 통일형 벼 품종(다산, 밀양, 삼강, 태백 등)이 활용됐다. 이들 품종은 대부분 ha당 6.6~6.8톤의 높은 수량성을 보이며, 부드러운 밥맛과 향으로 농업인과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가봉에는 '셰이(CHEYI)', '음보마(MBOMA)', '무카파시(MOUKAFACI)-1' 등 3개 품종이 개발·등록됐다. 통일형 벼 품종인 '밀양'과 '한아름' 등을 활용해 육종한 이 품종들은 ha당 7~8톤의 수량성을 보이고 도열병에 강하다. 그동안 자국 품종이 없었던 가봉은 지난해 8월 이 3개 품종을 최초의 벼 품종으로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봉농업임업연구소(IRAF)의 욘넬 무쿰비 박사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쌀 생산을 위해 약 9톤의 종자를 증식하고 있으며, 80명의 벼 재배 전문인력을 양성 중"이라며 "올해 전국 60개 농업협동조합 1,100여 명의 농업인이 '셰이' 품종을 중심으로 시험재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세네갈에는 '이스리(ISRIZ) 6, 7, 16, 17, P01, P02' 등 6개 품종이 개발·보급됐다. 이 중 '이스리 6'과 '이스리 7'은 각각 통일형 벼 품종 '밀양23호'와 '태백'이 세네갈 현지에서 뛰어난 적응성과 높은 수량성을 보여 세네갈 자국 언어로 이름을 지어 등록된 경우다. 수량성이 ha당 7.2~7.5톤으로 세네갈 대표 품종인 '사헬(Sahel)'보다 2배 이상 많고, 밥맛과 품질이 좋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카파시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벼 품종 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벼 육종가 양성훈련'도 실시됐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포함한 4개월간의 집중 훈련을 통해 23개국에서 총 44명의 벼 육종가를 배출했다. 이는 한국의 벼 재배 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회원국별로 큰 차이를 보였던 벼 재배 기술 수준을 평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아프리카 K-라이스벨트'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아프리카 횡단 거점 7개국(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에 다수확 벼 종자 생산단지와 기반시설을 조성해 우량 종자를 아프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생산·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농촌진흥청은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해 우량종자 생산, 재배기술 전수, 농업인 교육을 추진하며 아프리카 각국의 자립적 종자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2,321톤, 2024년 3,562톤, 2025년 6,365톤으로 매년 우량종자 생산량을 늘려 2027년부터는 연간 1만여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연간 216만 톤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으로, 1인당 연평균 70kg 소비 시 아프리카 3천만 명에게 공급 가능한 규모다.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2단계 사업에 착수한다. 1단계에서는 주로 관개답에서 재배할 수 있는 수량성 높고 밥맛 좋은 품종 개발이 주를 이뤘다면, 2단계에서는 가뭄·냉해·염해 등 재배환경이 열악한 천수답(관개시설 없이 빗물에 의존하는 논)과 밭에서 재배 가능한 품종 개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또한 1단계에서 개발된 벼 품종들을 국가 자원화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기탁해 국내 벼 육종가 및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46개 품종이 기탁됐으며, 나머지 품종들도 단계적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최광호 국장은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사업 성과는 아프리카의 숙원인 쌀 자급자족과 식량안보의 발판을 마련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K-벼재배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개발도상국의 식량문제 해결을 돕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