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고온다습한 장마철을 앞두고 노지 고추 재배 농가에 생리장해와 병해충 예방을 당부했다. 특히 칼슘결핍증과 탄저병은 열매에 직접 피해를 줘 수확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칼슘결핍증은 열매 끝부분이 배꼽처럼 썩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열매 끝 색이 옅어지고 조직이 물러지며,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지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이 상태가 악화되면 검은곰팡이가 생겨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토양이나 잎에 칼슘이 충분히 있어도 칼슘결핍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뿌리에서 흡수한 칼슘이 열매보다 증산 작용이 활발한 잎으로 먼저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밑거름 공급과 함께 토양 산성도를 pH 6.5~7.0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분 관리를 통해 칼슘이 뿌리에서 열매까지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염화칼슘을 1,000~1,500ppm 농도로 새로 난 잎에 10일 간격으로 3회 이상 뿌려준다. 다만 염화칼슘은 농약과 함께 사용하면 잎이 타거나 떨어지는 약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단독으로 사용해야 하며, 낮 시간을 피해 맑은 날 오전 7~9시나 해질녘에 살포하는 것이 좋다.
탄저병도 장마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병해다.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탄저병은 푸른 열매와 붉은 열매 모두 감염될 수 있다. 초기에는 어두운 녹색의 오목한 반점이 생기고, 점차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확대되면서 반점 중심부에 노란색이나 짙은 노란색 곰팡이 포자가 형성된다.
탄저병의 주 병원균은 26~30도에서 활발히 증식하며, 장마철 덥고 습한 환경에서 비바람을 타고 빠르게 퍼진다. 특히 장마가 길고 비가 잦을수록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감염 후 빠르면 4일 만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탄저병을 예방하려면 고추 줄기가 처음 갈라지는 1분지(방아다리) 아래쪽 잎을 제거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토양을 필름으로 덮어 흙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다. 디티아논, 디페노코나졸 같은 성분의 살균제를 아주심기 후부터 예방 목적으로 살포하면 90% 이상 방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탄저병 저항성 품종이 개발되어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저병 저항성 품종은 품종명에 'AR' 또는 '탄'이 포함된 경우가 많으므로, 종자 봉투의 품종 정보를 확인해 구매하면 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최학순 과장은 “장마기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면서 고추 생리장해와 병 발생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재배지를 자주 살피고 방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추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복합내병성 육종 소재 개발과 고온에 대한 생리 반응 구명, 재배 대책 마련 등 다양한 연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