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공포됐다. 앞으로 대도시 안에 있는 농촌 지역도 계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농촌특화지구를 지정하는 절차도 크게 간소화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6월 1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다고 밝혔다. 개정법률은 공포 후 6개월 뒤인 12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농촌공간계획 수립 대상을 넓힌 점이다. 기존에는 시·군 단위에서만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자치구도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대상 자치구는 부산 남구·사하구·서구·강서구, 대구 동구·북구·수성구·달서구, 광주 광산·남구·동구·북구·서구, 대전 대덕구·동구·서구·유성구·중구, 울산 북구 등이다. 이로써 대도시 내 농촌 지역까지 제도적 사각지대 없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핵심은 행정 절차 간소화다. 농촌특화지구를 지정하려면 기존에는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모두 수립해야 했다. 시행계획은 농촌재생활성화지역 전체의 정비·발전 방향을 망라하는 광역적 계획이어서 수립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는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농촌특화지구에 관한 내용만 담은 '농촌특화지구계획'을 세우면 바로 특화지구 지정이 가능해진다. 이 계획은 지정 목적, 토지이용계획, 시설계획 등 핵심 사항만을 담아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도시에 비해 체계적인 공간 관리 수단이 부족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3월 제정됐다. 도시는 용도지역 등으로 세밀하게 규율되어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지만, 농촌은 행위 제한이 느슨한 관리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많아 난개발이 반복돼 왔다. 농촌 여건에 맞는 공간 관리 체계를 갖추고, 농촌특화지구(주거·산업·축산·융복합산업·재생에너지·경관농업·농업유산·특성화농업 등 8개 유형)를 통해 기능별로 공간을 재편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법 시행 이후 전국 지방정부는 농촌공간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계획 수립 대상 139개 시·군 중 23개 시·군이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했다. 강원 횡성·인제·평창, 충북 괴산·음성·영동·청주·충주, 충남 공주·당진·부여·홍성, 전북 순창, 전남 여수·나주·신안, 경북 문경·상주, 경남 양산·합천·의령·산청·함양 등이다. 이 중 44개 시·군은 기본계획의 구체적 실행을 뒷받침하는 시행계획도 병행 수립 중이며, 순창과 합천은 농식품부와 시행계획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계획 수립과 함께 실제 현장 변화도 시작됐다. 농촌공간정비사업은 농촌공간계획을 기반으로 난개발 요소를 정비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올해까지 전국 138개 사업지구가 선정됐다. 선정된 지구에서는 축사 728개소, 빈집 178개소, 공장 46개소, 폐교·창고 등 기타 120개소 등 총 1,072개소의 유해시설 정비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경북 상주 덕산 지구에서는 1990년대부터 마을에서 악취를 유발하던 축사가 단계적으로 철거·이전된다. 철거된 자리에는 맨발걷기길 등 주민 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서고, 마을 인근에 오랫동안 방치된 폐교에는 귀농 주거단지와 방취림이 조성된다. 경남 김해 원지1 지구에서는 주거지 인근 축사를 정비해 악취를 제거한 뒤 커뮤니티센터, 공동주차장, 농업클러스터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한다. 충북 영동 부용1 지구는 축사와 빈집을 정비한 부지에 생태공원과 힐링자전거공원을 만든다.
이 밖에 충북 괴산 신풍 지구는 축사 15개소와 장기방치건물을 철거해 마을공동이용시설과 공원을 조성하고, 전북 남원 율동 지구는 축사 철거 후 임대주택과 실습농장을 마련한다. 전남 무안 용산 지구는 장기간 방치된 폐공장을 정비해 귀농·귀촌 단기 임대주택과 공동텃밭 등을 조성한다.
농식품부 전한영 농촌정책국장은 “12월 개정법률 시행에 맞춰 하위법령 정비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농촌공간정비사업도 적극 지원하여 농촌 공간계획이 현장에서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