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5%가 고유가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가계 지출 및 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식품 구매 부담을 호소한 응답자는 73.6%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외식·배달을 줄이고 가정 내 조리를 늘린 소비자가 67.3%로 조사되는 등 식생활 패턴에도 큰 변화가 감지됐다.
가장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은 교통·에너지비(60.3%)였으며, 생활필수품(15.3%), 농식품 구입비(14.7%)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출을 줄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5.5%였으며, 지출 감소 항목은 외식·배달비(37.6%)와 교통·에너지비(35.0%)가 중심이었다. 농식품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특가 상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높았고, 필요한 양만 구매(27.4%), 다른 품목으로 대체(17.0%)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품목으로 대체할 때는 가격 부담이 낮은 식품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했다(68.4%).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59.8%에 달했다. 특히 구매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과일·과채류(33.2%), 육류(26.1%), 가공식품(23.6%) 순이었다. 이러한 소비 위축 속에서 정부가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일부 소비를 진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피해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은 지원금을 주로 농식품(39.5%), 생활필수품(19.0%), 외식·배달비(17.4%), 교통·에너지비(15.5%)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급 대상자의 48.0%는 지원금을 받으면 평소 가격 부담으로 구매를 망설였던 농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급 대상자의 51.9%가 지원금에 본인 비용을 더해 추가로 소비할 의향을 밝혀, 지원금이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승수 효과’를 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농식품 구매 예정자의 경우 지원금의 평균 54.1%를 농식품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원금 사용 계획 비목에 따라 농식품 품목별 구매 의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지원금을 농식품이나 외식·배달비로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과일·과채(31.8%)와 육류(30.8%) 구매 의향이 뚜렷했다. 반면 생활필수품이나 교통·에너지비에 사용할 계획인 소비자는 농식품 구매를 줄인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미수급자의 경우 과일·과채류(48.4%)와 육류(45.0%)를 중심으로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아, 지원금이 특정 품목의 소비 감소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소비 유형에 대응한 농업 기술 개발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위태석 농업경영혁신과장은 “외식 감소, 가정 내 조리 증가 등 소비 유형 변화를 고려해 품종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수확 품종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공·밀키트 등 간편 조리 식품에 적합한 농산물 재배 기술과 저장·품질 관리 기술을 개발·보급해 농식품 수요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물가 상황에서 농식품 소비를 지속·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농산물 가격 관리(50.9%)’가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으며, 이어 ‘소비자 맞춤형 상품 개발(16.3%)’, ‘농식품 구매 할인 지원(15.8%)’, ‘유통 단계 축소(12.6%)’ 순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신선 소비용, 가공용 등 활용 목적별로 품질과 수량 특성을 고려한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밀키트와 전처리 농산물 등의 저장성 향상 및 신선도 유지 기술을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고유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실제 농식품 구매 행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정부의 지원금 정책이 소비 진작과 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