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하천과 계곡에 난 불법시설을 정비하기 위한 원칙과 세부 기준을 마련해 10일 지방정부에 통보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하천·계곡 불법시설에 대한 합리적인 정비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하천과 계곡의 본래 기능과 국민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생활과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하천·계곡 불법시설은 모두 8만 3575건에 달한다. 소관 부처별로는 소하천과 세천은 행정안전부, 국가 및 지방하천과 공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구거는 농림축산식품부, 산림 계곡은 산림청이 각각 담당한다.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마련된 정비 원칙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원칙은 하천과 계곡의 기능 유지와 국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 흐름이나 치수 안전에 지장을 주는 시설은 원상복구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공공자원을 무단 점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조치한다는 점이다. 특히 불법 상행위 시설은 이달 말까지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
세 번째 원칙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은 공공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정비한다는 내용이다. 개별 법률에 따라 점용이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202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한 뒤 합법화 절차를 밟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하천구역 내 체육시설이나 쉼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수 시설이지만 점용·사용 허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방정부가 대체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계획홍수위 아래 구간에 설치된 공동작업장 등이 대표적이다.
네 번째 원칙은 사유재산에 대해 하천 등의 기능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유예 후 합법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소하천 구역 내 농막 같은 가설건축물은 2026년 12월까지, 경작 행위는 수확기까지 각각 유예된다.
정부는 마련된 정비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오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지방정부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질의응답집도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천과 계곡 내 생활안전 및 주민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정비 이후에도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이 유지되도록 하천·계곡 지킴이와 해설사 등을 활용한 주민 상생형 관리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윤호중 장관은 "정부는 불법 점용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상행위에는 엄정하되, 주민 생활과 지역 현실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하천·계곡 정비 기준을 마련했다"며 "이번 정비가 단순 철거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공공성 회복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책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