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야간과 심야 시간대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기 위해 민간 경비업체와 손을 잡았다. 경찰청은 에스원, SK쉴더스, KT텔레캅 등 국내 주요 경비업체 3사 및 지역 중견 업체 36곳과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한 민·경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경찰 인력만으로는 야간·심야 시간대 모든 통학로를 촘촘히 순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찰은 112 신고가 빈번한 지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적은 통학로는 순찰이 부족할 수 있었는데, 민간 경비업체의 차량을 추가 투입해 이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협약에 따라 경찰청은 전국 범죄 취약 통학로 1,154곳을 선정했다. 이곳은 야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나 가로등 같은 방범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곳이다. 경비업체는 학생들의 하교·하원 시간에 맞춰 경광등을 켠 출동 차량을 해당 장소에 배치한다.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면 범죄 의지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고, 만약 범죄가 발생하면 현행범을 체포하는 동시에 112 신고로 경찰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차량 배치가 어려운 지점에서는 자율방범대가 도보로 순찰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CCTV 관제센터와 협력해 화상 순찰을 병행한다. 위험도가 높은 곳은 지방정부의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PTED) 사업과 연계해 조명이나 CCTV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은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22일부터 이틀간 광주광역시 봉산초·중학교와 청주시 일신여중·고교 등 5개 지역에서 SK쉴더스 출동 차량을 시범 운영했다. 시범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근 강력 사건으로 불안했는데 늦은 귀가 시간에 경광등을 켠 차량이 있어 안심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SK쉴더스 측도 "공공안전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차며,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외 연구 사례도 이번 협업의 효과를 뒷받침한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도보 순찰과 차량 순찰을 함께 실시했을 때 폭력 범죄가 23% 감소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2012년 연구에서는 경비업체 차량이 학생과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순찰한 결과 폭력 범죄가 60% 줄어든 사례가 보고됐다.
이번 협약에 투입되는 출동 차량은 총 1,935대로, 전국 단위로 민간 치안 자원과 경찰이 협력하는 첫 사례다. 경찰청은 각 경찰관서에서 관계 기관과 간담회 및 업무협의를 진행 중이며, 공동체 치안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 이승협은 "이번 민·경 협업은 한정된 경찰 인력의 활동 영역을 보완하고 민간의 우수한 치안 자원을 공공 영역에 융합해 범죄 위험을 빈틈없이 차단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모범 사례"라며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동과 청소년이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경비업체, 자율방범대, 지방정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