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르비아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타결했다. 이번 협정은 우리나라가 발칸 국가와 체결한 첫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반도체·전기차·자동차 부품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시장 개방을 확보하고 공급망과 미래 산업 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야고다 라자레비치 세르비아 대내외무역부 장관과 만나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양국은 2023년 총리회담을 계기로 협상 개시를 추진한 뒤, 2024년 9월부터 1차 공식협상과 여러 차례 회기간 협상을 거쳐 총 12개 챕터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했다.
세르비아는 자동차·기계 등 제조업 기반과 우수한 인적자원, 유럽연합(EU) 인접 입지 및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보유한 서부발칸 지역의 핵심 경제국이다. 최근 동유럽 주요 생산거점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제조·투자 협력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CEPA 타결로 양국 기업의 교역·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종 상품 자유화율은 양국 모두 품목 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96%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발효된 중국-세르비아 FTA(수입액 기준 9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세르비아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미가입국으로, 그간 반도체·전기전자 제품에 최대 25%까지 부과되던 관세를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시장도 개방되고, 자동차 부품 전 품목에 대한 관세도 즉시 철폐된다. 이에 따라 우리 자동차 및 부품 기업들의 세르비아 시장 진출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유럽 시장 전반에서 라면·조미김·인삼·커피믹스 등 K-푸드와 색조화장품·스킨케어 등 K-뷰티 제품의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제품의 대세르비아 수출 관세도 철폐된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세르비아의 의료기기·의약품 및 방산 시장에 대한 접근도 확보했다. 아울러 세르비아산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희토류 등에 대한 관세를 즉시 또는 5년 내 철폐하기로 해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핵심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민감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은 최소화했다. 세르비아의 대한국 수출 4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용·가공용 옥수수 관세는 각각 즉시, 10년 철폐로 양허하는 대신, 쌀·천연꿀·딸기·베리류 등 과일·육류·유제품 등은 개방을 최소화해 상호 이익 균형을 맞췄다.
원산지 규범 측면에서는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전자·전기기기, 기계류, 가공식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역외산 재료를 폭넓게 허용하는 기준을 도입했다. 신선 농수산물에는 완전생산기준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조미김·인삼 음료에는 주요 재료에 대해 역내산 재료 사용 요건을 두어 국내 생산과 수출이 연계되도록 했다. 기관발급과 자율증명을 모두 허용해 기업의 원산지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서면·간접·방문검증 등 다양한 검증수단도 마련했다.
통관 분야에서는 수입물품 반출시한을 명문화하는 신속통관 규범을 도입했다. 일반 수입물품은 도착 후 48시간 이내, 특송물품은 6시간 이내 반출을 원칙으로 해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과 통관 예측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저작권·상표·디자인 보호 규범을 강화하고, 온라인 환경에서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규범을 도입했다.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차단, 반복 침해 방지조치 등 실효적인 보호수단을 마련해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였다.
기술규제(TBT) 분야에서는 세르비아가 WTO 미가입국임에도 WTO TBT 협정을 양자관계의 준거규범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기술규제 제·개정 시 사전 통보, 규제 시행 전 6개월 유예기간 부여 등 투명성 규범을 도입해 우리 기업의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생 및 식물위생(SPS) 분야에서는 WTO SPS 협정을 양자관계의 준거규범으로 적용하고, SPS 조치 관련 정보공유 및 통보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향후 농축산물 교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검역 관련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협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양국은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에너지·광물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리튬·구리·아연 등 핵심광물을 보유한 세르비아와 협력 채널을 구축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적 조달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보건의료, 생명공학기술 등 미래산업 분야를 경제 협력 범위에 포함하고, 산업·제조, 교통·물류, 중소기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세르비아 CEPA 타결은 서부 발칸 지역 핵심 파트너인 세르비아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양국은 시장개방뿐 아니라 공급망, 에너지·광물, AI·바이오 등 미래산업 분야 경제협력 플랫폼을 함께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 기업과 국민이 협정의 혜택을 조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후속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률 검토,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정식 서명을 위한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정식 서명 이후에도 경제적 영향평가, 국회 비준동의 등 발효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여한구 본부장은 세르비아 아드리아나 메자로비치 부총리 및 마르코 카데즈 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면담을 갖고,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의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공감하며 향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세르비아 진출 우리 기업 간담회를 개최해 CEPA 타결 시 기대되는 자동차 부품,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수출 확대 효과를 소개하고 현지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