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철도차량과 전기버스를 제조하는 ㈜우진산전이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2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진산전은 철도차량용 축전지와 전기버스 배터리팩 제조를 다른 업체(수급사업자)에 위탁해 납품받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이 회사는 2021년 1월부터 2월 사이에 축전지 관련 기술자료 8건을, 2022년 1월부터 4월 사이에는 배터리팩 관련 기술자료 3건을 이메일 등으로 요구해 받았다. 하지만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반드시 줘야 하는 법정 서면(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이 적힌 문서)을 교부하지 않았고, 제공받은 기술자료 3건에 대해서는 비밀유지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기술자료는 축전지의 구성품 설명서, 2D·3D 도면, 고장 및 소요재료 명세서, 배터리팩 유지관리 지침서,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매뉴얼 등 총 11건이다. 이 자료들은 수급사업자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제품의 규격, 부품 정보, 고장률, 유지보수 방법 등 제조와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 자료들이 기술적으로 유용하고 독립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도 반드시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을 명시한 서면을 미리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술자료를 제공받는 날까지 해당 자료의 범위, 보유할 임직원 명단, 비밀 유지 의무, 목적 외 사용 금지, 위반 시 배상 등을 포함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이 부당하게 유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공정위 조사 결과, 우진산전이 실제로 기술자료를 유용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자체가 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기술 유용 행위 자체뿐 아니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적 의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진산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이 2565억 원에서 5479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해 온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자산 총액은 5846억 원, 당기순이익은 207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기술 유용 행위뿐만 아니라 기술자료 요구 절차를 위반하는 행위도 집중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도급법 위반을 억제하기 위해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2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높이는 법안이 이미 발의(2026년 2월)됐고, 과징금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는 고시 개정안도 행정예고(2026년 4월 30일~5월 20일)된 상태다.
이번 제재는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절차적 의무를 위반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가 부당하게 유용되는 것을 요구 단계부터 방지하기 위해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