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한 부서로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2025년 10월 1일 신설된 이 부처는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기후·환경·에너지 기능을 하나로 묶어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통합적이고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탈탄소 녹색문명 대전환'을 기치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펼쳤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에서 최대 61%까지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확정하고 유엔에 제출했다. 이 목표는 7차례의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배출 허용 총량을 줄이고 발전 부문 유상 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배출권 가격이 지난해 11월 1만 원대에서 올해 5월 2만 4천 원대로 상승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조화된 무탄소 에너지 믹스 방향을 정립했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으며,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태양광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격거리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을 폐지하고 설비용량 의무 방식으로 전환하는 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추진단도 출범했고, 전력망 우선접속을 보장하는 법안도 국회를 통과해 하반기 중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풍력 발전도 탄력을 받고 있다. 육상풍력은 범정부 보급 가속 전담반을 운영해 인허가 애로를 해소하고, 해상풍력은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으로 계획입지와 일괄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도입했다. 특히 신안우이 해상풍력이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되는 모델이 만들어졌다. 원전 정책은 두 차례의 공개 정책토론회와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민의를 수렴했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으로 방폐장 확보를 위한 법적 체계를 갖췄다.
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전력 공급이 풍부한 낮 시간 요금은 낮추고 수요가 몰리는 저녁·심야 시간 요금은 높이는 한편 주말 할인을 도입해 전력 소비를 분산시켰다. 저녁 시간대 영업 자영업자를 위한 단일 요금제 선택권도 부여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계통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생산과 소비가 지역 단위에서 함께 이뤄지는 '지산지소형 분산망' 구축 방향을 발표했다. 장기간 발전하지 않는 허수 사업자를 집중 점검해 7.9GW 규모의 계통 용량을 회수하고 실수요자에게 재배분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을 확장한 결과 누적 입찰 물량이 지난해 1분기 68MW에서 올해 1분기 1,196MW로 대폭 증가했다. 해상풍력은 공동접속설비를 도입해 해남 지역에 적용할 경우 접속선로 연장이 53% 감소하고 약 3조 6천억 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과 주요 수요지역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서해안 해저 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새만금-서화성) 구축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전기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약 22만 1천 대를 보급했고, 올해는 내연차 전환 보조금 등 지원 정책에 힘입어 1~5월 15만 대를 보급하며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올해 1~4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22%에 달해 5대 중 1대가 전기차인 시대가 열렸다. 2026년을 가스 난방 전기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본격 추진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와 해외 생산라인 국내 복귀를 이끌어냈다. 배터리 부문도 ESS 시장 확대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기업의 국내 생산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역 에너지 거점을 기반으로 한 전력 신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냈다. 제주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발판으로 '녹색문명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상발전소, 전기차계통연계(V2G), 전력-열 에너지 전환(P2H)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집적 지역에는 에너지 기술혁신·창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주요 전력 기업이 집적하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과 LG AI 연구원, 네이버 클라우드 등 민간 기업 총 26개 기관이 협력해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 자원의 수요·공급을 AI로 실시간 최적 관리하는 '한국형 크라켄' 개발·실증을 추진한다.
자원 순환경제 전환도 중요한 축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탈플라스틱이 환경 문제를 넘어 자원 안보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정부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해 재생원료 주류화, 다회용기 문화 확산, 에코디자인 도입 등 플라스틱 신재 의존을 줄이고 폐자원을 순환 이용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페트병을 연 5천 톤 이상 사용하는 생수·음료 생산자에게 재생원료 10% 이상 사용 의무를 부과해 약 1만 8천 톤의 신재 원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 전자제품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고 모든 폐가전 무상수거 체계를 구축했으며, 폐컴퓨터 저장장치에서 희토류 영구자석을 회수·비축하는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국민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한 정책도 촘촘히 추진됐다. 기후재난 대응 측면에서는 홍수 방어시설의 설계 상한 기준을 삭제해 200년 빈도 이상의 극한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강남역·광화문 등 도심 침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심도 빗물터널과 지하방수로 공사를 본격화했으며, 기상청과 분산 운영하던 강우레이더를 일원화해 예보 정확도를 높였다. 중점관리구역 내 기존 맨홀에도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빗물받이 정비 횟수를 3.3배 이상 늘렸으며, 장마 전 전수 점검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규 댐 14곳 중 필요성이 낮고 주민 반대가 많았던 7곳은 추진을 중단하고, 기존 댐·저수지 운영 방식 개선만으로 홍수조절용 물그릇 10억 4천만 톤을 추가 확보해 약 4조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여름철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조류경보의 채수 지점을 취수구 인근 50m 이내로 조정하고 낙동강 본류 등 주요 지점은 당일 발령 체계로 전환해 신속성을 높였다. 5월부터 10월까지 녹조 계절관리제를 최초로 도입해 퇴비 관리 등을 통해 총인을 제어하고, 낙동강에서는 보를 순차 개방해 물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한다. 시민사회·전문가와 함께 민·관 녹조독소 공동조사를 처음 실시했으며 올해는 조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세먼지는 겨울·봄철 계절관리제와 고농도 비상저감조치 등을 통해 역대 최저 수준인 16㎍/㎥를 유지했고, 주택가 인근 공단·산단의 대기질과 악취를 개선하는 '우리동네 맑은공기' 패키지 지원사업도 확대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동남권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인 금정산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국립공원 등 하천 주변 장기간 방치된 불법 시설에 대한 전수점검과 일제 조치를 실시해 자연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했다. 지난해 '러브버그' 대발생으로 국민 불편이 컸던 데 대해서는 지방정부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유충 단계 생물학적 방제와 성충 단계 친환경·물리적 방제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또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대발생 곤충에 대한 실태조사와 방제 조치 등 체계적 대응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대행 비용을 현실화하고 대행업체 선정 기준을 개선했으며, 사업자 대신 제3의 기관이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공탁제'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15년 만에 국가의 피해 배상 책임을 제도화한 점도 중요한 성과다. 진료비 대납, 대학 학비 지원, 병역 주특기 제한, 고용 지원사업 우선 참여 등 피해자 전 생애를 아우르는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고, 특별법 개정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 배상 책임을 법에 명시했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했으며, 법 위반으로 인한 인명 피해 발생 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중동발 에너지·자원 수급 위기에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에너지 수급 불안과 요소수·종량제 봉투 등 생활물자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석유 다소비 상위 50개 사업장 에너지 절감 계획 수립 등 강도 높은 절약 조치를 추진했다. 요소수 분야에서는 비상대응반을 즉시 가동하고 업계 간담회, 유통·판매 현장 점검, 매점매석 금지 고시 등 단계별 조치를 시행했으며, 공공비축 요소를 방출해 5월 이후 가격 상승세가 진정됐다. 나프타 수급난으로 종량제봉투 유통에 차질이 생기자 관계부처·지방정부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품질검사 기간 단축, 납품단가 조정, 재생원료 제작설비 지원 예산 138억 원 추경 반영 등 긴급 대응했다.
기후·환경과 에너지 기능의 통합은 성과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두 기능이 분리되어 있을 때 반복되던 정보 단절과 입장 충돌로 인한 정책 지연이 해소되면서 속도와 완성도가 함께 높아졌다. 2035 NDC 수립은 온실가스 배출 목록과 에너지 수요 예측이 통합된 논의 체계 아래에서 이뤄져 감축 시나리오와 에너지 전환 경로가 상호 정합하는 정밀한 목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초기 단계부터 기후·환경과 에너지 측면을 통합 검토해 과거 같은 소모적 갈등이 사라졌다. 해상풍력은 입지 발굴 단계부터 에너지·환경성을 함께 검토하는 '계획입지' 제도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보급이 가능해졌다. 원수관로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냉·난방 에너지 소비 절감, 수계기금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확산 지원 등 정책 자원의 교차 활용도 활성화되면서 효과성이 높아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년은 화석연료 의존 국가를 탈탄소 전기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시간이었고, 기후·환경과 에너지가 하나의 시야에서 작동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증명한 시간"이라며 "1년간 쌓아온 기반 위에서 국민이 체감하고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성과를 속도감 있게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