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국내 마약류 남용 실태를 종합 분석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를 발간했다. 이 백서는 국과수가 보유한 방대한 마약 감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자료로, 올해는 역대 최다인 14만여 건의 감정 결과를 담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국과수가 처리한 마약류 감정 건수는 총 14만7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2023년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감정 유형별로는 소변 검사 2만6350건, 모발 검사 3만5993건, 압수품 검사 7만8432건이었다. 특히 압수품 감정량이 크게 늘어난 점은 수사기관이 단순 투약자 적발을 넘어 유통책 검거와 공급 경로 차단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압수품 중에서는 여전히 메트암페타민, 일명 필로폰이 5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종 마약류의 비중이 31.5%로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신종 마약류 중에서는 환각 효과가 강한 합성대마류가 15.1%, 케타민이 10.6%로 주요 남용 물질로 확인됐다.
10대 청소년층의 마약 남용 실태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0대 청소년의 합성대마 남용 적발 건수는 364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속칭 '브액'으로 불리는 액상형 합성대마가 일반 전자담배와 외형이 비슷한 카트리지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약이 쉽고 심리적 접근 장벽이 낮아 청소년들이 마약에 쉽게 빠져드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과수는 케타민과 유사한 환각 효과를 내는 펜사이클리딘(PCP) 계열 변종 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국과수는 신종 펜사이클리딘류 3종(플루오로-2-옥소-피시피알, 2-옥소-피시피, 플루오로-2-옥소-피시아이피)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검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신종 환각제의 전국적 확산에 대비한 대응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러 종류의 마약을 섞어 투약하는 '혼합 투약'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025년 메트암페타민 중독 사망은 33건으로 집계됐으며, 합성대마를 여러 종류 섞어 투약하거나 엠디엠에이(MDMA)와 케타민, 신종 펜사이클리딘류를 중복 투약하다 치명적인 복합 독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프로포폴 등 기존 수면마취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이 불법 유통·남용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동물용 마취제는 인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투약 시 호흡 억제나 심정지 등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발간된 '마약류 감정백서 2025'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누리집(www.nfs.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과거 메트암페타민 위주였던 마약 범죄가 이제는 케타민, 합성대마 등 신종 마약류로 다변화되고, 남용 연령층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이번 백서를 통해 최신 분석 기법 고도화와 감시 체계 강화 등 신종 마약류 대응 기반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