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 질환과 비감염성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다. 비감염성 질환은 종양, 당뇨병, 비만 등 동물 간 전염되지 않는 질환을 말하며, 유전이나 노화, 환경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반려동물 질병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5년 수행한 연구 과제 186개 중 반려동물 관련 과제는 26개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산업동물에 집중되어 있고, 관련 연구 기능도 분산되어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검역본부는 올해 1월 바이러스질병과 내에 '반려동물질환연구실'을 신설했다. 이 연구실은 반려동물의 감염병과 비감염성 질환 연구, 생체자원은행 운영 기반 마련, 줄기세포 특성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산업체와 학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를 체계화하기 위해 '반려동물 분야별 협의체'도 발족했다.
검역본부는 지난 5월 26일 경북 김천에 있는 검역본부에서 이 협의체의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 산업체 관계자, 학계 및 임상 전문가 등 약 20명으로 구성됐다. 회의에서는 검역본부의 '반려동물 연구 추진 방향' 발표와 함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한 종합 토의가 진행됐다.
주제 발표에서는 국가 수준의 통합 대응체계 구축 방안이 소개됐다. 주요 내용은 법정·신종 감염병에 대한 능동적 감시체계 구축, 질병 데이터 기반 발생 예측 시스템 도입, 국가표준실험실 운영을 통한 진단 고도화 등이다. 또한 반려동물 노화 관련 질병 기전 규명과 줄기세포 치료기술의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등 미래 의료 분야 연구도 포함됐다.
토의에서는 반려동물 질병 예찰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민간 동물병원과 대학이 연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가 단위의 질병 데이터 축적과 활용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국가기관이 진료 행위와 질병명을 국내 임상 환경에 맞게 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려동물의 혈액, 조직, 세포 등에서 유래한 생체 시료와 유전 정보를 수집하는 바이오뱅킹도 주요 논의 주제였다. 바이오뱅킹은 민간과 학계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인 만큼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더불어 첨단 재생의료로 주목받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기술의 안전성 확보와 활용 기준 마련 필요성도 논의됐다.
국산 반려동물 백신 개발을 위해 현장의 바이러스 역학 데이터와 병원체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검역본부는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향후 연구 기획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질환연구실을 중심으로 감염병 연구와 진단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를 구축하고, 생체자원 축적과 활용을 위한 연구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역본부 최정록 본부장은 "이번 협의체는 반려동물 질병 연구와 정책,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관·학과 긴밀히 협력해 반려동물 질병 대응 연구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