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도전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은 6월 1일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2026년 신규 프로젝트 9개를 발표하고 연구개발 과제 공모에 들어갔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 모델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사업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성공할 경우 엄청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고위험·고보상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총 20개 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해 왔으며, 올해는 5대 핵심 임무를 중심으로 9개 프로젝트를 새로 추가했다.
5대 임무는 ▲보건안보 확립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복지·돌봄 개선 ▲필수의료 혁신이다. 각 임무별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보건안보 확립 분야에서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첫 번째는 '장기 면역 유도 백신 플랫폼 개발'이다. 기존 mRNA 백신은 시간이 지나면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초 접종 1~2회만으로 최소 3종 이상의 변이체에 대해 10년 이상 초장기 방어 면역을 유지하는 차세대 RNA 백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두 번째는 '잠복 감염 활성화 원천 차단 플랫폼 개발'이다. 현재는 질병이 발병한 후에야 대응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몸속에 숨어 있는 병원체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영구적으로 봉쇄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미정복질환 극복 임무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 플랫폼이 개발된다. '인공지능(AI)·환자데이터 연계 희귀질환 정밀 치료 플랫폼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시작된 개별 환자 맞춤형 치료(N-of-1)에 AI와 환자 데이터를 접목해 더 많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N-of-many)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사한 유전 변이와 임상 특성을 공유하는 환자군으로 치료 대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한 첨단 기술 두 가지가 선정됐다. '암 관리를 위한 혈액정화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종양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혈액 속 암 전이 관련 인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 기술에 도전한다. 전이암을 시작으로 자가면역질환,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양자센싱 기반 초고감도·조기진단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세포·분자 수준의 미세한 변화를 비침습적 방법으로 정밀하게 감지해 기존 검사로 놓치기 쉬운 초기 신호를 포착, 질환을 더 이른 단계에서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한다.
복지·돌봄 개선 임무에서는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두 가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첫 번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중심 노인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 개발이다. 비침습적 BCI 기술을 활용해 정신건강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세계 최초로 노인 정신건강에 특화된 AI 기반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중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고령층의 보이지 않는 고통의 가시화와 해결방안' 프로젝트다. 통증과 가려움은 그동안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지만, 멀티모달 생체신호와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이를 시각화하고 맞춤형 중재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혁신 임무에서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헬스케어 에이전틱 AI 통합운영 플랫폼 개발'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필수의료 현장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의료진 감독 아래 AI가 진료·행정·연구를 자율적으로 분담·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권역 책임의료기관에서 실증한다. '지역완결형 AI 기반 암관리 통합 연결망 구축' 프로젝트는 암 생존자가 지역 내에서 재발 관리, 합병증 관리, 치료 후 건강관리까지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다기관 연계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신규 프로젝트 공모는 6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31일간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과 제출 양식은 보건복지부 누리집, K-헬스미래추진단 누리집,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개발기관 선정은 7월 중 이뤄지며, 선정 즉시 연구가 시작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보다 성공할 경우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연구에 과감히 도전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PM 중심 체계와 사업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헬스미래추진단 선경 추진단장은 "이번 신규 프로젝트는 기존 기술의 점진적 개선을 넘어 치료 패러다임과 의료 전달체계를 전환할 수 있는 고위험·고보상 프로젝트로 구성했다"며 "공개 제안자의 날 등을 통해 연구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만큼 도전적이고 역량 있는 연구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총 1조 1,62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속한 절차와 실패 용인, 다분야 연계를 특징으로 하며, PM(Project Manager)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로 운영된다. 5대 임무별로 5년 이내와 10년 이내 달성 목표가 설정돼 있다. 보건안보 확립 분야는 100일 내 백신 개발·생산과 원인불명 감염병 5분 내 신속 차단, 미정복질환 극복 분야는 10대 암 정확도 90% 조기 검진과 암 발생률 50% 감소, 바이오헬스 혁신 분야는 거대 AI 활용 맞춤 의료와 고가 의약품 가격 1/100 수준 달성, 복지·돌봄 개선 분야는 건강수명 73세에서 75세 연장, 필수의료 혁신 분야는 지역 의료이용 95% 이상 달성 등이 목표다.
2024~2025년에는 이미 20개의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백신 초장기 비축기술, 팬데믹 대응 치료제, 20~30대 10종 암 조기 스크리닝, 소아희귀질환 맞춤형 치료, 우주의학 혁신기술, AI 기반 응급환자 분류·이송 시스템, 휴머노이드형 수술보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