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목육종 연구의 상징인 리기테다소나무가 마침내 국제적으로 공식 학명을 인정받고 기준목까지 지정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한국산림과학회,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5월 28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에서 '리기테다소나무 학명 정당공표 기념 기준목 지정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리기테다소나무는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인공 교잡종으로, 1950년대 고(故) 현신규 박사의 임목육종 연구를 통해 개발된 수종이다. 줄기가 곧고 생장이 빠르며, 내한성과 병해충 저항성이 뛰어나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척박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라는 특성 덕분에 1960~1970년대 주요 조림 수종 중 하나로 널리 심어졌다.
그동안 'Pinus × rigitaeda'라는 명칭은 1959년 임목육종 연구보고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국내 임학 문헌과 조림 현장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당시 국제명명규약이 요구하는 라틴어 기재나 진단, 기준표본 지정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명명학적으로는 정당공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 분류군은 독립된 학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주로 잡종식 형태로 처리되거나 인용돼 왔다.
국립수목원과 한국산림과학회, 국립산림과학원은 관련 원문헌과 표본 자료를 재검토하고, 국제명명규약에 따라 진단과 기준표본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를 통해 'Pinus × rigitaeda S.K. Hyun & K.Y. Ahn ex Jung O. Hyun & K.S. Kang'을 정식 학명으로 정당공표하는 논문이 한국산림과학회지에 게재 확정됐으며, 6월호에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기준목 지정식은 리기테다소나무의 명명학적 지위 확립을 기념하고, 우리나라 임목육종 성과를 국제 식물분류 체계 안에서 학술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기준목은 해당 학명의 기준표본이 채집된 나무로, 앞으로 리기테다소나무의 학명 적용과 후속 연구의 기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에 지정된 기준목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에 식재된 리기테다소나무의 1대 잡종 개체로, 현신규 박사의 호를 따 '향산목'으로도 불린다.
한국산림과학회 강규석 회장은 "이번 기준목 지정은 국내 임목육종 연구 성과를 학술적으로 되새기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생물의 이름을 정확히 정리하는 일은 국가 생물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기록하고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번 리기테다소나무 학명 정당공표와 기준목 지정은 관행적으로 사용돼 온 산림 생물 이름을 국제 기준에 맞게 바로잡은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국립수목원은 앞으로도 국제명명규약에 따라 산림생물 이름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국내 산림생물 정보가 국제 식물명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현신규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도 함께 마련됐다. 현신규 박사(1912~1986)는 한국 임목육종의 선구자로, 리기테다소나무 외에도 여러 유용 수종을 개발해 산림 복구에 기여했다. 기준목으로 지정된 나무는 국립산림과학원 구내에 식재된 1대 잡종 개체이며, 정기준표본은 국립수목원 표본관에 보관돼 향후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