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무역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3월(872억 달러)을 넘어선 수치로,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수입은 20.8% 증가한 608억 달러였으며, 무역수지는 269억 5천만 달러 흑자를 냈다. 1~5월 누적 무역수지는 1,019억 1천만 달러로, 2017년에 세운 연간 최대 흑자 기록(952억 달러)을 5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42억 8천만 달러로 사상 처음 40억 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호조세를 뒷받침했다. 전체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주도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371억 6천만 달러로 169.4% 급증하며 월간 최고 기록을 세웠고, 3개월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D램 수출은 186억 달러로 369.8%, 낸드플래시는 17억 달러로 206.8% 각각 폭증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CAPEX)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D램(DDR5 16Gb) 고정가격은 1년 전 4.80달러에서 37.50달러로 682% 상승했다.
반도체 외 IT 품목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컴퓨터 수출은 AI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급증에 힘입어 290.7% 증가한 41억 8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S26 시리즈 등 프리미엄 신제품 판매 호조로 12.6% 늘어난 14억 6천만 달러, 디스플레이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9.4% 증가한 14억 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IT 4대 품목이 모두 플러스를 나타냈다.
에너지·화학 부문에서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이 고유가 영향으로 수출액은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은 52억 5천만 달러로 46.6% 증가했으나, 수출 물량은 23.8% 줄었다. 특히 정부의 수출통제 조치 대상인 휘발유, 경유, 등유의 수출 물량이 각각 31.1%, 24.3%, 99.9% 급감했다. 석유화학도 수출액(37억 달러)은 11.1% 늘었지만, 내수 공급 우선 기조로 물량은 25.5% 감소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3.15달러로 1년 전보다 61.9% 상승했다.
모빌리티 분야는 엇갈렸다. 자동차 수출은 58억 3천만 달러로 5.9% 줄었다. 조업일수 감소, 협력사 화재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난, 미국 관세 영향으로 현지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친환경차는 선방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6.8%, 순수전기차는 16.0% 각각 증가했다. 반면 선박 수출은 LNG선 등 고부가 선박 인도가 늘어나며 16.7% 증가한 26억 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재·기계 부문에서 철강은 20억 4천만 달러로 2.1% 소폭 감소했고, 일반기계는 미국 관세와 물류비 증가로 6.3% 줄어든 38억 2천만 달러에 그쳤다. 반면 비철금속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동과 알루미늄 수요가 늘면서 41.5% 급증한 16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화장품이 K-뷰티 열풍에 힘입어 24.2% 증가한 11억 8천만 달러로 5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바이오헬스는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14억 4천만 달러(+5.2%)를 기록했고, 농수산식품도 10억 7천만 달러(+4.7%)로 3개월째 플러스를 유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9대 주요 수출 지역 중 7곳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189억 달러로 80.9% 급증하며 7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반도체(99억 달러, +243%)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농수산식품과 화장품도 양호했다. 대미국 수출은 159억 7천만 달러로 59.1% 증가했다. 반도체(36억 달러, +651%), 컴퓨터(15억 달러, +675%) 등 AI 관련 품목이 크게 늘었고, 철강도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건설용 자재 위주로 수출이 확대됐다. 대아세안 수출은 158억 5천만 달러로 58.4% 늘며 월간 최고 기록을 세웠고, 반도체·석유제품·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다.
반면 대중동 수출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 차질로 7.7% 감소한 12억 7천만 달러에 머물렀다. 자동차와 차부품이 부진했지만, 일반기계와 석유화학은 중동 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여 감소 폭을 줄였다. 수입 쪽에서는 원유 수입이 고유가 영향으로 25% 증가한 84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물량은 전월 대비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했다. 비에너지 부문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입이 AI 투자 붐을 타고 71% 급증한 25억 6천만 달러를 나타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하며 정부 출범 이후 1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대외 악재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과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소비재가 고루 성장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동 전쟁 종전 여부, 미국의 관세, EU의 철강 세이프가드(TRQ)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주요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기업들의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고, 원유·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도입과 공급망 점검을 통해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실적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와 K-소비재의 약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향후 정부는 유망 소비재 품목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통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출 호조세를 연말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통계는 5월 31일까지의 통관 잠정치로, 연말 확정 통계에서 일부 수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