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광고는 반드시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6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 개정은 AI 기술 발달로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인물이 광고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 오인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은 유명인, 전문가, 일반 소비자 등 실제 인물의 추천·보증만 규제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AI로 생성된 가상인물도 규제 범위에 포함된다.
개정 지침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AI로 만든 가상인물이 상품을 추천하거나 보증할 때는 반드시 가상인물임을 표시해야 한다. 둘째, 가상인물임을 표시했더라도 해당 추천 내용이 실제 사용 경험이나 체험에 근거한 것처럼 표현되면서 사실과 다르면 부당한 표시·광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
표시 방법은 매체별로 구체화됐다.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문자 중심 매체에서는 게시물 제목 앞에 '[가상인물 포함]'이라고 표시하거나 본문 첫 부분에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제목에 표시할 때는 문구가 생략되지 않도록 제목 앞에 붙여야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등 영상 매체에서는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동안 가상인물과 가까운 위치에 배경과 구분되는 색상으로 '[가상인물]'이라고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 광고에 AI로 만든 모델이 등장한다면, 그 모델 옆에 계속해서 '가상인물'이라는 표시가 보여야 한다.
이번 지침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 기준'을 담은 하위 규정이다.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부당한 표시·광고를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이 지침은 그중에서도 추천이나 보증 형태의 광고가 부당한지 판단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기존 지침은 추천·보증 주체를 소비자, 유명인, 전문가, 단체·기관으로 나눴지만, 이번 개정으로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생성한 가상인물'이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됐다. 지침은 가상인물을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인물'로 정의했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으로 소비자가 광고 속 인물이 실제 사람인지 AI가 만든 가상인물인지 쉽게 알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광고주나 인플루언서 등에게는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법 위반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위는 지침 시행 후에도 AI 가상인물을 활용하면서도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광고를 모니터링해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큰 사례를 집중 점검해 개정 지침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지침 개정은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도 함께 강화했다. 광고주로부터 금전이나 상품, 할인 혜택 등을 받고 추천·보증 글을 작성하는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워블로거가 특정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제품을 추천한다면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음'이라고 밝혀야 한다.
동영상이나 실시간 방송의 경우에도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면 영상 시작과 끝, 그리고 방송 중 5분마다 '광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라고 언급하거나 자막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는 중간부터 시청하는 소비자도 광고임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AI 기술 발전으로 가상인물 광고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준 마련이 시급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유형의 표시·광고에 대한 심사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