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공지능(AI)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정부 조달 시장에 진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조달청은 공공조달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미래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물품 다수공급자계약(MAS) 관련 행정규칙 2종을 개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AI 제품의 공공조달 진입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그동안 신규 물자로 등록하려면 3000만원 이상의 실적, 3개사 이상의 업체 수, 공통상용규격 충족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춰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적 요건이 아예 사라지고, 업체 수는 2개사 이상으로 줄어들며, 업체가 자체 제시한 규격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령 개정과 맞물려 오는 2026년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계약 절차도 간소화된다. AI 제품 계약 시 적격성 평가 과정에서 신용평가등급확인서 제출이 면제돼 기업의 행정 부담이 줄어든다.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번 제도 개선의 목적은 공공조달 시장에 건전한 경쟁 체제를 확산함과 동시에, AI와 같은 신산업 기업들이 규제에 가로막히지 않고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을 늘리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다수공급자계약의 2단계 경쟁 기준 금액(일반 물품 5000만원, 중기간 경쟁 물품 1억원) 미만인 경우에도 수요 기관이 원한다면 2단계 경쟁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준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제안 공고 방식으로 일원화해 절차를 단순화했다. 이는 더 많은 업체가 공공 조달에 참여할 기회를 얻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조달 물품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도 이뤄진다. 원산지가 ‘대한민국’인 물품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품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아울러 선금을 받은 조달 기업이 선금보증 또는 보험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계약 이행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 선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선금반환청구사유’가 신설됐다.
기업의 조달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국가기술자격인 ‘공공조달관리사’를 취득한 경우 다수공급자계약 계약이행능력 평가 시 가점(3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계약이행실적 평가 결과를 2단계 경쟁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 평가 항목에서 기본 평가 항목으로 전환했다.
이 밖에도 소기업·소상공인,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등 약자 기업에 대한 지원 평가 대상을 기존 ‘제조’에서 ‘제조 또는 공급’으로 확대해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수요 기관의 귀책 사유로 조달 물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이 운송비, 검사비 등 납품에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문화했다.
조달청은 이번 개정안 중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AI 제품 진입 기준 완화는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령 개정 시기에 맞춰 2026년 8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백 청장은 “공공조달 시장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국가 정책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략적 공간이 되도록 규제 혁신과 제도 합리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